고용량 스타틴 ‘리바로’, 당뇨병 부작용 없이 고지혈증 치료

황효진 기자

입력 2019-10-30 03:00 수정 2019-10-30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이런 질환을 앓고 있다면 대사증후군도 의심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대사증후군은 국내에서도 서구화된 식습관의 영향으로 그 증가세가 가파르다. 대사증후군은 여러 가지 만성질환이 한 개인에게서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대한고혈압학회·대한당뇨병학회·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세 가지 질환을 동시에 앓는 환자가 2016년 141만 명으로 2006년 34만 명 대비 10년 새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별 질환 기준 환자 수로는 고혈압이 가장 두드러지지만 증가 속도를 보면 고지혈증이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2006년부터 10년 사이 고혈압과 당뇨병 진단자 수는 각각 1.6배, 1.9배 증가했지만, 고지혈증은 3.2배 늘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138만 명이던 고지혈증 환자 수는 2017년 188만 명을 거쳐 지난해 200만 명을 넘어섰다. 6년 사이 약 45% 증가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치료제 시장 규모도 성장했다. 전체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1조800억 원, 2017년 1조1700억 원을 기록, 지난해에는 1조2700억 원 규모로 지속 성장했다. 올해는 8월까지 9300억 원을 상회하며 지난해보다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저한 관리와 고용량 스타틴 복용해야

고지혈증이 중증으로 진행되면 각종 합병증이 발병할 수 있다.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이 막히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때문에 식생활에 신경 쓰면서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고지혈증 치료는 생활습관 관리와 약물요법을 필수로 병행한다. 이때 주로 처방하는 건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다. 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주요 심장질환 예방 효과가 있어 출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복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은 다양한 임상을 근거로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고강도의 스타틴을 처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외 가이드라인의 근거가 되는 임상들에는 동양인이 약 8%밖에 포함되지 않아 국내 환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스타틴 용량이 적절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다.

최근 피타바스타틴은 5월 국제적 권위지인 서큘레이션 온라인판을 통해 동양인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주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데 고용량 스타틴이 효과적이라는 ‘REAL-CAD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REAL-CAD 임상은 기무라 다케시 교수 연구팀(일본 교토대 심혈관의학과)이 2010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환자 1만3054명을 대상으로 리바로(성분명 피타바스타틴) 1mg과 4mg을 투여해 비교한 임상결과다.

최근 이러한 REAL-CAD 임상이 국제적 가이드라인에서 언급되면서 국제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미국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에서 이 연구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2차 예방으로 추가적인 혜택이 있는 약물로 유일하게 피타바스타틴을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일본 급성심근경색 치료 가이드라인은 3월에 업데이트되면서 REAL-CAD 연구를 언급해 급성심근경색 환자에게 로슈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과 함께 리바로도 1차 요법으로 추천됐다.

피타바스타틴, 당뇨병 발생 부작용 없어

많이 처방되는 약물인 만큼 부작용에 대한 이슈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스타틴이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기도 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12년 모든 스타틴 제제의 제품에 혈당과 당화혈색소(HbA1c)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추가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대한 스타틴의 효과를 고려했을 때 당뇨병 발생을 우려해 스타틴을 처방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있지만 경미한 수준이고 당뇨병에 걸렸다고 해도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미국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환자일 경우에는 고강도가 아닌 중강도 용량의 스타틴을 추천한 바 있다.

리바로는 같은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지만 당뇨병 발병 위험은 매우 낮다. 2014년 오다와라 마사토 도쿄대 의대 교수가 2014년 발표한 ‘J-PREDICT’ 연구에서 스타틴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내당능 장애 고지혈증 환자 1269명을 2007년부터 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피타바스타틴 제제가 당뇨병 유발 가능성이 위약 대비 18% 낮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장기 사용 시 당뇨병 촉진 논란이 있는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심바스타틴 등 기존 약물의 대안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러한 학술적 근거에 힘입어 최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 21개국 식약처에서 피타바스타틴 제제가 당뇨병 유발 징후가 없다는 것을 공인받게 됐다. 해당 국가 내에서는 의약품 설명서에 ‘당뇨병 위험 징후 없음’ 문구를 삽입할 수 있다. 이는 스타틴 계열 중 유일하다.

REAL-CAD 임상을 통해서도 고용량 스타틴이 주요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당뇨병 발병률도 용량 의존적 차이가 없음을 입증했다.

피타바스타틴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도 당뇨병 유발 위험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2005년 대한심장학회 50주년 기념으로 시작된 심근경증 연구사업인 한국인 급성심근경색 환자 등록사업인 ‘KAMIR’에 등록된 한국인 급성심근경색 환자 2400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에서 피타바스타틴은 새로운 당뇨병 발생이 3.0%으로, 아토르바스타틴 8.4%, 로슈바스타틴 10.4%보다 유의적으로 발생률이 낮다는 것을 입증했다. 피타바스타틴은 당 섭취 후 인슐린 분비에 따른 포도당 운반단백질인 ‘GLUT4’의 세포막으로 이동에도 영향이 없음이 발표됐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