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카카오, 지분 맞교환…국내 ICT 기업들 ‘GAFA’에 맞선다

황태호기자 , 곽도영기자

입력 2019-10-28 17:42 수정 2019-10-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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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28일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로 상징되는 해외 ‘테크 공룡’들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내놨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1위 기업인 카카오는 지분 맞교환을 통해 그간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혈맹 관계를 맺었다. 1위 인터넷 포털 기업 네이버는 아시아와 유럽에 걸친 인공지능(AI) 연구벨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 간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3124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과 4417만 명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를 가진 카카오가 지분을 맞교환(지분 스와프)하기로 발표하자 ICT 업계는 이렇게 분석했다. 억 단위의 글로벌 가입자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 침투하는 구글이나 넷플릭스,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에 맞서기 위해선 뭉쳐야 한다는 얘기다.

두 회사의 지분 스와프는 SKT가 3000억 원 규모의 자기 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같은 금액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SKT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SKT는 카카오의 지분 2.5%를, 카카오는 SKT 지분 1.6%를 보유하게 된다.

2010년 카카오톡이 등장하면서 두 회사는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한때 1조 원이 넘었던 SKT의 문자메시지 시장을 카카오톡이 잠식한 데 이어 보이스톡으로 음성통화 시장마저 위협했다. 원래 SKT의 서비스였다가 카카오로 넘어간 음원서비스 ‘멜론’과 뒤늦게 다시 시작한 SKT의 ‘플로’, 모빌리티 플랫폼 ‘T맵’과 ‘카카오T’, AI 서비스 ‘누구’와 ‘카카오아이’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이런 사업들은 더 이상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로 바뀐다. 예컨대 SKT의 5세대(5G) 특화 기술인 증강현실(AR) 서비스를 카카오톡과 연동하거나, 카카오의 쇼핑 기능에 SKT의 자회사인 11번가의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다. 또 캐릭터와 웹툰, 웹소설 등 카카오의 다양한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콘텐츠를 SKT의 인터넷TV(IPTV)인 Btv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를 통해 독점 방영하는 것도 유력한 시나리오다.

정보기술(IT) 기업의 사활이 걸린 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연구개발에서도 손을 잡는다. 두 회사는 서로 최고 수준 대우를 내세우며 AI, 빅데이터 전문가를 뺏고 빼앗아 왔다.

SKT 관계자는 “지분 스와프는 두 회사의 협력이 단순 제휴가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모든 걸 협력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KT의 통신사업을 총괄하는 유영상 MNO(이동통신운영)사업부장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각각 ‘시너지 협의체’를 직접 담당하기로 한 것도 이번 파트너십의 긴밀함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 의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변신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52)가 네이버를 필두로 하는 아시아-유럽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 벨트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속칭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와 BATH(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에 맞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네이버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개발자 콘퍼런스 ‘DEVIEW 2019’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와 그 자회사들이 진출해 있는 일본, 동남아, 프랑스를 하나로 묶어 이들 지역의 대학과 스타트업, 연구기관이 서로 AI 기술 연구에 협력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 뉴스1
올해 6월 창립 20주년을 맞은 네이버는 ‘글로벌’을 미래 20년 화두로 제시했다. 이해진 GIO는 2017년 3월 의장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지난해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난 뒤 네이버의 유럽 진출을 목표로 글로벌 행보를 이어왔다. 6월 서울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네이버가 미국과 중국의 인터넷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네이버는 ‘기술 중립지역’에 가까운 아시아와 유럽에서 거점을 넓혀 왔다. 프랑스에는 AI 연구소인 네이버랩스유럽과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페이스 그린이 있고, 일본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까지 추진 중인 라인을 뒀으며, 베트남에는 동영상 플랫폼 브이라이브 사무소를 갖고 있다.

네이버는 아시아-유럽 AI 연구벨트의 출발점으로 다음 달 28, 29일 프랑스 그르노블에 있는 네이버랩스유럽에서 첫 번째 워크숍을 연다. 김상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크리스티안 울프 프랑스공과대학연합 교수 등 AI와 로봇 분야를 선도하는 전 세계 석학 11명을 초청해 ‘AI가 발전시켜 나갈 로봇 기술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AI 연구벨트에 포함되는 연구기관 및 국가를 지속적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국경을 초월한 기술 교류를 통해 장기적으로 미래 AI 기술 인재까지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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