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시간이 가장 느리게 가는 곳…도심 속 템플스테이 어때요?

뉴스1

입력 2019-10-27 08:12 수정 2019-10-2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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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사 전경. 이하 서울관광재단 제공
‘빨리, 빨리’를 외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느리게 사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즐겨보자.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전국에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사찰은 130여 곳으로, 이중 서울은 12곳이나 된다. 서울에 있는 사찰들 대부분 접근성이 좋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는 데다, 이 가을엔 오색빛깔 단풍에 둘러싸여 있다.

서울관광재단이 최근 추천한 템플스테이를 즐기기 좋은 사찰 4곳을 소개한다.

참고로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엇비슷하다. 당일형과 1박 2일의 체험형·휴식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일형은 절에 2시간 이상 머무르며 사찰 순례, 염주·연등 만들기, 다도 등의 기본 프로그램을 체험해보는 것이다. 체험형은 이틀을 보내며 108배, 저녁예불, 명상 등 더 깊이 있는 체험을 한다.

휴식형은 예불과 공양, 사찰 순례 등의 필수 프로그램 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는 형태이다.


◇외국인 전용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봉은사’
금니 사경 체험 중인 외국인. 봉은사 홈페이지 제공

강남 삼성동 있는 봉은사는 전철 9호선 봉은사역이 도보 2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코엑스와 도심 공항, 카지노, 호텔 등도 가까워 일 년 외국인 방문객 수만 10만여 명에 달한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도 봉은사는 794년 신라시대 때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유서 깊은 사찰인 만큼 보물 2점을 비롯해 40점의 성보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사찰 둘레로는 숲이 우거져 도심 휴식 공간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봉은사 뒤쪽 숲길을 산책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봉은사 템플스테이는 당일형인 템플라이프와 1박 2일형 프로그램인 템플스테이가 있다. 템플라이프의 경우 외국인만 받는다.

참여자들은 사찰 순례, 다도 시연, 금니사경 등을 체험한다. ‘금니사경’이란 금니라는 금색 염료를 붓에 묻혀 어두운색 감지에 부처의 말씀을 적어보는 서예 시간이다. 화려한 금니사경 완성작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특별한 사찰 음식이 있는 진관사 템플스테이

진관사의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스님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비구니 수도 도량 진관사는 북한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해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사찰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사찰 뒤로는 북한산의 우뚝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있다. 너른 경내에는 잔디밭 쉼터와 운치 있는 전통찻집이 있어 연일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진관사는 원래 신라 진덕여왕 때 창건한 신혈사였다. 고려 현종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신혈사 주지 진관대사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절을 증축하고 진관사로 개칭했다. 한국전쟁 때 진관사가 크게 소실된 것을 주지 진관스님과 계호스님이 다시 일으켜 세워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진관사가 유명해진 계기는 2009년 칠성각을 보수하던 중 일제강점기 항일 승려 백초월스님이 일장기에 덧칠한 태극기로 독립운동 관련 유물 20여 점을 싸매고 숨겨 놓았던 것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진관사에 600년 넘게 이어져 오는 ‘국행수륙대재’도 큰 행사이다. 국행수륙대제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지정한 국가행사로서 외로운 영혼과 아귀에게 불법을 설파하고 음식을 공양하는 행사이다. 이 행사에 진관사의 자랑인 산사음식연구소에서 만든 사찰음식을 공양한다.

진관사 템플스테이에는 당일형과 휴식형으로 나뉜다. 이곳의 템플스테이의 묘미는 단연 사찰 순례와 스님과 차담을 하는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와 사찰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자연을 먹다’ 프로그램이다. 참여자들의 호응이 매우 높다.


◇도심 야경이 펼쳐지는 천축사 템플스테이
스님들의 일상체험. 천축사 제공

천축사는 도봉산 선인봉(706m) 남쪽 기슭 7부 능선에 자리 잡은 고찰이다. 673년 신라 시대 때 의상스님이 창건한 사찰로서 천축국(인도)의 영축산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천축사에 가려면 한 시간 남짓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이것이 단점이지만 장점이기도 하다. 속세를 떠나 깊은 산속 사찰을 찾아가는 수행자인 듯 산길을 오른다면 천축사 템플스테이를 제대로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4~6년 동안 독방에서 나오지 않고 면벽 수행하는 참선도량을 무문관(無門關)이라 한다. 천축사 정영스님이 1965년에 국내 처음으로 현대식 무문관을 개원했다. 이곳에서 무문관 수행을 한 고승이 여럿이다.

천축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무문관 또는 무문관 아래 숙소에 묵으며 스님들의 일상을 체험하거나 자유롭게 휴식을 즐긴다. 첫날에는 오후 4시에 입소해 저녁공양과 저녁예불을 하고, 스님과 차담을 나눈 뒤 야간 탑돌이를 한다.

밤이 깊으면 절 마당에 서서 도심 야경을 감상한다. 천축사 템플스테이만의 특별한 코스이다. 다음날엔 아침 일찍 일어나 공양 후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때 전망이 뛰어난 마당바위나 신선대에 오르면 좋다.


◇아늑하고 편안하다…경국사 템플스테이

경국사로 향하는 길
경국사는 1325년 고려 시대 말에 자정율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청봉 아래에 있어 청암사라 불렸다. 조선 명종 때 문정왕후가 중창한 이후 국가에 경사스러운 일이 항상 있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경국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북한산 동쪽 정릉천 옆에 자리한 경국사는 주변 경관이 좋다. 일주문을 지나 범종각까지 이어지는 울창한 숲길은 더 운치 있다. 숲길을 걷다가 왼쪽으로 꺾어지면 숨어 있던 범종각과 전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각 뒤로 숲이 우거져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극락보전 계단 위에 올라서면 경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절 규모가 아담해 포근한 느낌을 준다. 경국사 템플스테이에는 대학생들이 많이 참가한다. 교통이 편리하고, 도심이지만 산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가성비가 좋다고 소문난 덕이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기본에 충실하다. 참가자는 연꽃등과 염주 만들기, 단청 코스터 색칠하기, 보물인 극락보전 후불탱화를 비롯한 사찰 유물 감상, 새벽예불과 108배, 타종, 스님과 차담 등을 체험한다.

이튿날 아침에는 다 함께 마당을 쓸고 꽃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등의 울력을 한다. 이를 통해 노동의 신성함을 깨닫고 잡념을 없앤다. 108배 할 때는 한 배마다 부처의 말씀을 한 문장씩 읽으며 마음에 새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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