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가 전부는 아니다…감성 가득한 합천으로 가을여행 오세요

합천=김동욱기자

입력 2019-10-25 15:52 수정 2019-10-25 19:1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가을이 왔다. 감성에 목이 마르는 계절. 경남 합천은 가을 감성을 채우기에 적격인 곳이다. 합천 하면 언뜻 해인사를 떠올리지만, 해인사가 합천의 전부는 아니다. 물론 해인사로도 부족함이 없지만, 합천에는 해인사 말고도 가을에 어울리는 곳들이 많다. 후회 없는 가을 여행을 위해 합천으로 떠나 보자.

:5시간:

홍류동은 가야산 국립공원에서 해인사입구까지 이르는 4km 계곡으로 가을 단풍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합천의 대표 관광지라면 단연 해인사. 그렇다고 무턱대고 해인사 근처 주차장까지 자동차를 몰고 가지는 말자. 자칫 가을에 더없이 어울리는 해인사 소리길을 놓칠지도 모른다. 대장경테마파크에서부터 해인사까지 약 7km에 이르는 소리길을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3시간 정도는 사라지고 만다. 소리길의 ‘소리(蘇利)’는 ‘이로운 것을 깨닫다’란 뜻이다. 하지만 한글로 적으면, 물소리와 새소리, 숲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들으면서 걸을 수 있다는 뜻도 생긴다.

소리길은 특히 가을에 걷기 좋다. ‘단풍이 너무 붉어서 흐르는 물조차 붉게 보인다’는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어서다. 가야산(해발 1430m)에서 발원해 흐르는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걸으면 낙화담, 음풍뢰, 농산정 등 가야산 19경 중 16경을 만날 수 있다. 현지인들은 해인사로 올라가는 소리길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왔거나 산을 올라가는 길이 부담스럽다면 해인사에서 내려가는 소리길을 택해 걸어봐도 좋다.

해인사에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장경판전(국보 제52호)과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이 있다. 예전에는 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건물인 장경판전 주위에서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했지만 숭례문 방화 사건(2008년) 등으로 건물 사이의 마당까지만 출입이 가능하다. 그래도 장경판전의 목조창틀 사이로 팔만대장경의 모습을 살짝 볼 수 있다. 팔만대장경의 정확한, 그리고 공식화된 숫자는 현재까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총독부가 세었던 것이 8만1258개라고 하며, 해인사 장경판전 입구 표석에는 8만1350개로 적혀 있다. 또 8만1340개라는 설도 있다. 몇 년 전 한 대학에 의뢰해 정밀측정을 했지만 중간에 추가된 경판을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란 끝에 공식적인 숫자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장경테마파크는 대장경과 관련된 각종 영상과 전시를 볼 수 있고 체험도 가능하다.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해인사 소리길의 출발점인 대장경테마파크는 아직은 덜 알려진 관광지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만 6세 이하는 무료). 대장경이라는 이름 때문에 자칫 고루하다는 인상을 받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한 곳이다. 우리 집 가훈 쓰기, 인경 체험, 팔찌 만들기, 연 만들기 등 많은 체험활동을 무료로 할 수 있다. 가상현실(VR) 체험과 5D 애니메이션 관람도 무료다. 다음 달 3일까지 이곳에서 합천기록문화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도예 체험, 초청 가수 및 댄스 공연, 가을꽃 전시, 대형 한글대장경판 전시 등이 준비돼 있다. 특별행사로 팔만대장경 전국예술대전과 전국사진공모작 전시전도 펼쳐진다.


:10시간:
가을 황매산을 찾으면 정상부분을 하얗게 뒤덮은 억새군락 장관을 볼 수 있다. 아무 때나 가도 좋지만 해가 질 때가 가장 아름답다.

해가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면 합천 남서부의 황매산(해발 1108m)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황매산은 가야산과 함께 합천의 양대 명산으로 꼽힌다. 황매산은 봄에는 철쭉 축제로 유명하지만 가을에는 주인공이 바뀐다. 억새를 보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황매산 해발 700~900m 지역에 비교적 너른 평평한 땅이 펼쳐져 있다. 11월 초까지 은빛 억새가 뒤덮고 있는 곳이다. 억새가 많이 핀 것은 과거 양떼를 풀어 기르느라 목장을 조성해 큰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황매산 억새의 가장 큰 매력은 접근성. 해발 850m 지점에 주차장과 오토캠핑장이 있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10분이면 억새 장관을 볼 수 있다. 길도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정비가 잘돼 있어 유모차를 몰고 가기에도 부담이 없다. 군데군데 의자가 있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기도 좋다. 눈을 돌리는 곳 모두가 억새다. 해발 900m 능선을 따라 억새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은 수평선에서 넘실대는 파도처럼 보인다. 억새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걸을 때 스치는 부드러운 감촉에도 놀랄 만하다. 억새를 손으로 건드리며 찬찬히 걷다 보면 이내 무념(無念)의 세계로 빠져든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지는 일몰 즈음이 가장 좋다. 은빛에서 금빛으로 바뀌는 억새밭 풍경에서 눈을 떼기 힘들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주위 풍경도 놓치지 말자. 손에 잡힐 듯한 하늘과 주위를 둘러싼 높은 봉우리들의 풍경은 압도적이다.

:15시간:

새벽에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합천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황강의 운무.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 자주 운무가 황강에 드리운다. 신비로우면서도 환상적이다. 운무가 도로와 마을까지 비집고 들어올 때가 잦으므로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2004년 건립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세트장이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황강 인근의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인증샷 명소다. 2004년 건립한 이곳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1970,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세트장으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이다. 자주 드라마와 광고, 영화가 촬영되기 때문에 방문했을 때 일부 구간을 들어가지 못할 때도 있다. 조금 떨어져 있는 청와대 세트는 약 110억 원을 투입해 실제 청와대의 70% 크기로 만들었다. 외관만 보면 실제 청와대와 매우 비슷하다. 만들 당시 청와대에서 ‘어떻게 설계도를 구했느냐’ ‘너무 비슷하다’고 물어와 실제 청와대와 조금 다르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2004년 건립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세트장이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여행 정보

팁+ △황매산에는 인증샷을 찍을 만한 조형물이 없다. 여행토퍼(그림이나 글자를 잘라 막대에 붙여 만든 표시) 같은 것을 가져와 찍으면 좋다. △합천에는 입맛을 당길 음식점들이 있다. 해인사 근처에서는 특유의 향이 매력적인 송잇국 정식을 맛볼 수 있고(삼일식당·가야면 치인1길 19-1), 합천댐 근처에서는 지역에서 나는 나물과 자연의 맛이 느껴지는 손두부가 곁들여진 오곡밥정식(합천호관광농원·대병면 합천호수로 310)도 괜찮다.

감성+ △음악: 바람이 분다(이소라). 이어폰을 끼고 이 노래를 들으며 억새밭 사이를 걷고 싶다. 이소라의 목소리가 은빛 억새와 가을바람에 잘 어울린다. △영화: 노트북(2004년·감독 닉 캐서베티스). 가을에 자꾸 생각나는 영화. △책: 대장경(조정래) 대장경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준다.

여행지 지수(★ 5개 만점) △가을 감성 채우기 ★★★★★ △아이들과 함께 다니기 ★★★★★ △인증샷 제대로 남기기 ★★★★★ △수학여행의 추억 되짚기 ★★★★ △제대로 된 노을 감상하기 ★★★★

합천=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