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유해성 확인땐 판매금지 검토

위은지 기자 , 박성민 기자

입력 2019-10-24 03:00 수정 2019-10-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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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용중단 강력 권고
담배회사에 성분제출 의무화하고 흡연유도 가향물질 첨가금지 추진
유사담배제품 관리 사각지대, 국회관련법 처리는 제자리 걸음


최근 보건당국에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 손상 의심 환자로 보고된 남성은 30세다. 지난달 28일 호흡곤란, 가슴 통증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이 환자는 일반 담배를 피웠으나 약 3개월 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했다. 의료진은 감염 관련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X선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된 점을 들어 이 남성의 증상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보건당국에 신고된 중증 폐 손상자 1479명(15일 기준) 중 79%도 35세 미만의 청년이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상대적으로 흡연 기간이 짧은 흡연자에게 해를 줄 수 있다는 증거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등 일부 주는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정부가 23일 “모든 국민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고한 액상형 전자담배 2차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폐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은 ‘대마유래성분(THC)’이다. 미국 내 환자의 78%가 THC가 함유된 전자담배를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선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THC 유통이 금지돼 있으나 제품 내 THC 함유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 달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에 유해성분이 들어있는지 분석할 방침이다. 조사 대상 유해성분은 THC와 THC 함유 액상에서 검출되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 가향물질 등 7종이다.

미국 내 환자의 10%는 니코틴만 함유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대마유래성분 외에 또 다른 유해성분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있는 개별 성분들이 화학적으로 결합되면 유해물질이 될 수 있다”며 “담배 회사들은 THC를 넣은 일부 담배의 문제로 치부하려 하지만 미국 환자의 10%가 니코틴 함유 제품을 피운 것은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가 퇴출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유사담배도 모두 관리 대상으로 포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연초 잎에서 추출된 액상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36개 품목이 유통되고 있지만, 담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유사담배 제품은 약 70개 품목으로 더 많다. 연초 줄기나 뿌리 추출물 등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들은 담배에 해당하지 않아 유통 현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일반 담배에 대한 안전성 규제도 강화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정부는 담배 및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과 첨가물 정보를 담배 제조자와 수입자가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할 예정이다. 현재는 분기별로 일반 담배에 한해 니코틴 및 타르 성분 분석을 시험기관에 의뢰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담배(전자담배 포함)가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판매금지 조치까지 취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23건 발의됐지만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공개를 해야 하는 성분을 구체적으로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은지 wizi@donga.com·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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