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이마트 ‘대수술’… 새 사령탑에 첫 외부수혈

신희철 기자 , 강승현 기자

입력 2019-10-22 03:00 수정 2019-10-2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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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실적 쇼크’에 한달 이상 앞당겨 전격 인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이마트에 대한 ‘대수술’을 단행했다. 이마트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최고경영자(CEO)로 앉히고,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기용했다. 아울러 예정보다 한 달 이상 빠른 10월 인사로 그룹 전체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확실한 변화 메시지를 전달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부문에 대한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50)를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고 21일 밝혔다. 강 대표는 1969년생으로 이갑수 전 대표(62)보다 12세나 젊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이마트 성장을 이끌어온 1세대 임원들이 대거 퇴진하면서 주요 임원의 평균 나이도 5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후속으로 진행되는 조직개편에서 50대 중후반의 점포장들 역시 젊은 후임으로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보다 1개월 이상 빨라진 인사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신세계그룹은 통상 12월에 정기 임원 인사를 내며 ‘안정적 변화’를 꾀해 왔다. 예상되는 인사 시즌에 맞춰 성과를 내고 내년 계획을 수립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생존과 변화를 위해 언제든 인사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2분기(4∼6월) 이마트의 사상 첫 분기 적자가 정 부회장에게 큰 충격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수시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외부 인사 수혈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10년 이상 이마트의 컨설팅을 해온 강 대표의 시장분석 능력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강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에서 2014년부터 소비재·유통부문을 총괄하며 ‘될 사업’과 ‘안 될 사업’을 구별하는 안목을 인정받아 왔다. 강 대표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1994년 농림수산부 식량정책과를 거쳐 2005년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했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는 주로 유통업계 △디지털 전략 수립 △신사업 발굴 △글로벌 시장 진출 검토 등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마트에서도 강 대표가 온라인 사업과 신사업 발굴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그리는 이마트의 변화 방향과 강 대표의 능력이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다”면서 “외부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이마트에 침투시켜 변화를 촉진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조직 개편에서는 ‘오프라인 유통만의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정 부회장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이마트는 상품을 발굴·기획하고 들여오는 상품본부를 그로서리본부와 비(非)식품본부로 나눴다. 그로서리본부가 정육 수산 과일 베이커리 등을 책임지고, 비식품본부는 가전 코너 확대 등 체험형 콘텐츠 개발에 힘준다. 신선식품담당 역시 신선1담당과 신선2담당으로 분리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의 경쟁 우위는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해당 분야의 조직을 세분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전국 142개 이마트 점포를 관리하는 ‘고객서비스본부’도 ‘판매본부’로 변경했다. 어렵게 개발한 상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적으로 보여주란 의미로 해석된다. 전국에 6개로 나뉘어 있던 총괄본부를 4개로 줄이되 ‘담당’으로 격상해 더 큰 권한을 부여했다.

이날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에 한채양 부사장을 내정했다. 신세계아이앤씨 손정현 상무는 부사장보로 승진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개발물류담당을 신설했고, SSG닷컴은 상품과 플랫폼 조직을 강화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백화점부문 및 전략실에 대한 정기인사는 예년과 같이 12월 초에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희철 hcshin@donga.com·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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