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응급실, 맘껏 날아다니게 응원합니다”

박성민 기자 , 전주영 기자

입력 2019-10-19 03:00 수정 2019-10-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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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서울광장 소생 캠페인 페스티벌

우리 군의 응급의료헬기인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의무후송항공대 소속 수리온 헬기(KUH-1)가 18일 소생 캠페인 페스티벌이 열린 서울광장 상공을 날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8일 오후 5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덕수궁 하늘에 양탄자처럼 깔린 가을 구름 사이로 ‘하늘의 응급실’ 닥터헬기가 위용을 드러냈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 1000여 명은 손을 흔들며 닥터헬기의 첫 서울 도심 비행을 반겼다. 청와대 주변 상공은 민간 항공기의 비행이 엄격히 금지된 구역이지만 생명을 살리는 소생 캠페인 취지에 공감한 대통령 경호처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이날 서울시청 상공 비행을 특별히 허가했다.

가천대 길병원에 소속된 닥터헬기는 서울광장을 크게 두 번 정도 선회한 뒤 지상 70∼80m 상공까지 내려와 덕수궁 상공에서 실제 구조 상황처럼 제자리 비행을 했다. 시민들은 닥터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서울 도심의 응급의료헬기 비행이 신기한 듯 휴대전화로 헬기 비행을 연신 촬영했다.

위 사진부터 이날 함께 비행에 나선 서울소방본부와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소속 응급의료헬기.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헬기 프로펠러 소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데도 지장이 없었다는 시민 반응이 많았다. 청원여고 2학년 강민희 양(18)은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생각하면 오히려 견딜 만하다”고 말했다. 군(軍) 응급의료 분야를 대표해 참석한 석웅 국군의무사령관은 “한 장병의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하면 이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보건복지부, 서울시가 이날 공동 주최한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 페스티벌’에는 닥터헬기를 비롯해 소방과 해경, 군이 운항 중인 응급의료헬기 4대가 20분 동안 서울광장 상공을 선회하며 날았다. 이 헬기들은 모두 이날 비행 일정이 없는 예비 헬기들이었다.

이날 행사는 닥터헬기가 응급환자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이착륙할 수 있도록 국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꽉 막힌 도로에서 구급차가 막힘없이 나가는 기적을 하늘에서도 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원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고 생각하면 소음의 불편은 충분히 참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또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정문호 소방청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 양혁준 한국항공응급의료협회 회장 등이 각 유관기관을 대표해 참석했다.


○ 소생 캠페인으로 시민 인식 개선

한 남성이 헬기 이착륙 때처럼 큰 소리를 내는 이벤트에서 힘껏 소리 지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시민들은 응급의료헬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공감의 뜻도 표현했다. 박민규 씨(37)는 “닥터헬기에 대해 잘 몰랐을 땐 헬기 소리에 짜증을 냈는데, 소생 캠페인 덕분에 닥터헬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김연우 안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경북은 안동 포항 구미를 제외하고는 전 지역이 의료취약지라 닥터헬기는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소생 캠페인 후 불편을 호소하던 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관계자는 “인천에서 백령도까지 왕복 400km를 날아 환자의 생명을 구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북한과 맞닿아 있어 먼 항로로 돌아가는 불편함이 개선되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접하기 힘든 응급의료헬기를 이용할 경우 주의사항을 묻는 시민도 있었다. 닥터헬기는 이착륙 때 강한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에 착륙 지점 50m 안으로는 접근해서는 안 된다. 돌이나 나뭇가지가 흉기가 돼 날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장의 시야에서 벗어난 헬기 후방으로 이동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날 닥터헬기가 서울광장에 착륙하지 않은 것도 시민의 안전을 우선 고려한 조치였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조명시설도 없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헬기 인계점(지정된 이착륙장)도 많다”며 “헬기 이착륙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중증환자들의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동형 병원’, 응급의료 체험 부스 인기

현장을 찾은 어린이는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광장에 마련된 18개 체험형 전시 부스는 우리나라 응급의료 시스템의 축소판이었다. 그중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이동형 병원’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동형 병원은 오랜 기간 의료 지원이 필요한 재난 현장에 대비해 최대 100병상 규모로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을 꾸린 것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축구장 1개 크기의 병원을 세우고, 수술실이 모자라면 닥터헬기로 환자를 이송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 양천구, 라이나전성기재단 등이 마련한 부스에서는 시민 300여 명이 직접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자동심장충격기를 처음 사용해 본 정영현 씨(46)는 “응급환자에게 골든타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한복판에 설치된 닥터헬기 게시판은 “헬기를 띄워줘서 고맙습니다”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 “닥터헬기로 보다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기를!” “이국종 교수 파이팅” 등 시민들이 손으로 직접 쓴 응원 메시지가 가득했다.

행사 막바지에 시민들은 소생 캠페인 메인 테마곡인 ‘쏘리 쏘리’를 개사한 노래에 맞춰 간단한 율동을 함께하는 플래시몹에 참여하며 닥터헬기가 자유롭게 날기를 희망했다. KT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영화 ‘라이온킹’ ‘캐리비안의 해적’ OST 등 친숙한 곡들을 연주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앳되고 고운 목소리로 축하곡을 부른 서울시 소년소녀합창단에도 갈채가 이어졌다.

박성민 min@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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