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기업 정보 한 자리에…청년 취준생·인생2막 꿈꾸는 신중년 ‘북적’

신희철기자 , 김호경기자

입력 2019-10-16 19:37 수정 2023-10-0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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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에서 특수페인트 생산 기업의 이사로 근무하다 올 3월 퇴직한 김모 씨(62)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여행하는 것도 지겨워졌다’는 그는 70세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2019 리스타트 잡페어’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CJ대한통운이 지원하는 실버 택배기사 부스에 들러 근무 조건을 꼼꼼히 묻고, 이력서 및 지원서를 작성했다. 김 씨는 “거주지 인근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중고나라 부스에도 오전부터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전역 예비 군인부터 청년, 가정주부 등 100명 이상이 방문해 3분 이상 상담을 받았다. 경북 포항에서 올라온 정요한 씨(29)는 “꿈이 뚜렷하지 않아 다양한 취업 정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군산 GM공장 폐쇄 후 일자리를 잃은 40대 가장이 부스에 찾아와 직무와 관계없이 어떤 일이든 하고 싶다며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 능력 있는 신중년·경단녀 구직활동 잇따라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풍부한 사회 경험과 직무 능력을 갖춘 신(新)중년의 방문이 이어졌다. 중국 현지에서 15년간 근무한 이명조 씨(63)는 중국어 능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 씨는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공무원 출신으로 3개월 전 퇴직한 오태영 씨(53)는 “불경기로 창업이 여의치 않으니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 씨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부스에 15분가량 머물며 배송 직군인 ‘쿠팡맨’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금형 제조사의 대표까지 역임했던 박모 씨(61)는 “나이가 60세가 넘었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잘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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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여성의 구직도 눈에 띄었다. 한국에 정착한지 3년이 됐다는 한 대만 출신 여성(30)은 지난 5월 일하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실직자가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한국 남성과 결혼한 뒤 유아용품 사업을 꿈으로 삼았다”며 “외국인 사업 지원 제도가 있는지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라테스 지도사 자격증을 갖춘 30대 안모 씨는 “1년가량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온라인으로 운동 지도를 하는 기업이 눈에 띄어 지원서를 냈다”고 했다.

● “다양한 기업 정보 실질적 도움 돼”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구직자들은 한 자리에서 여러 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을 리스타트 잡페어의 장점으로 꼽았다. 서울시 강소기업관, 과학기술·스타트업 일자리관, 정부 일자리 사업 종합 홍보관 등 전문관 형태로 나뉘어 있어 맞춤 상담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올라왔다는 전역 예정 장병 4명은 “제대를 앞두고 어떤 일자리가 좋을지 궁금해서 와봤다”며 “인천공항공사부터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기업 및 기관들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리스타트 잡페어는 110개 기업 및 기관이 130개 부스를 차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다이소, 와이더플래닛,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의 인사 담당자들이 1대1 맞춤 상담을 진행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9 리스타트 잡페어‘’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행사에 참가한 주요 인사들은 박람회 부스를 찾아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는 현장을 둘러봤다. 이낙연 총리는 중증장애인의 고용 유지를 위한 제도에 관심을 가졌고, 신중년과 여성 등이 재취업한 사례에 주목했다. 이 총리는 “고용률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대상이 바로 여성”이라며 “임신과 육아를 경력단절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여성의 경력단절은 더 이상 혼자 고민하고 해결해야하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 국민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하는 사회적 과제”라며 “여성의 경력단절예방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사회에서 취업이 가장 어려운 계층인 청년, 여성, 장애인, 중장년 분들을 위한 잡페어가 마련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리스타트’ 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청년들이 두려움이 없이 스타트업에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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