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변동이란 뭐고 어떻게 판단하나요

이남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과장

입력 2019-10-15 03:00 수정 2019-10-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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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Q. 최근 정부가 2017년 9월을 경기순환(변동) 주기상 정점으로 판단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경기변동이란 무엇이며 경기에 관한 판단은 어떻게 하나요?


A.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어려운 때라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일이 생기며, 반대로 모든 게 다 잘 되는 시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쁜 일이 생기기도 한다는 뜻이죠.

경제에도 이 같은 개념이 있습니다. 경제가 좋을 때와 나쁠 때를 번갈아 경험한다는 겁니다.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은 경제활동 수준의 오르내림을 경기변동 또는 경기순환이라고 부릅니다.

경제의 성장 속도가 매년 일정하다면 경기변동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경제활동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예로 들어 볼까요. 한국은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5.1% 성장했습니다. 28년간 한국 경제 규모가 4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죠. 하지만 외환위기로 고생했던 1998년에는 ―5.5%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했던 2009년의 성장률은 0.7%에 불과했습니다. 이렇듯 경제 상황은 좋고 나쁨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경기변동은 크게 두 가지 국면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경기가 정점에서 저점까지 위축되는 기간인 수축 국면, 반대로 저점에서 정점으로 개선되는 기간인 확장 국면으로 나뉩니다. 경기 저점에서 다음 저점까지의 기간을 주기(사이클)라고 합니다.

수축 국면을 정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 캐나다 등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총체적인 경제활동 수준의 하락이 지속되는 기간, 즉 마이너스(―) 성장률이 지속되는 기간을 수축 국면으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실질 GDP, 국민의 소득수준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소득(GDI), 산업생산지수, 실업률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이 방식을 1990년부터 2018년까지의 한국의 실질 성장률에 적용하면 수축 국면은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1997년 4분기부터 1998년 2분기까지 한 차례에 그칩니다. 이러한 판단 방식은 한국처럼 연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경험하지 않은 국가의 경기변동을 포착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장기추세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마이너스 성장률이 드물거나 연속적이지 않은 국가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장기추세를 계산한 뒤 경제활동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장기추세 위쪽으로 가장 멀리 벗어난 시점을 정점, 장기추세 아래쪽으로 가장 멀리 벗어난 시점을 저점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한 국가의 장기추세가 연평균 3% 성장이고, 최근 20년 사이 GDP 성장률이 1∼5% 범위에 있다면 1%인 해는 저점, 5%인 해는 정점으로 보는 것이죠.

한국은 통계청이 두 번째 방법을 이용해 사후적으로 공식적인 경기 판단을 수행합니다. 이때 활용하는 지표가 동행종합지수인데요. 현재 7개 지표(광공업 생산지수, 서비스업 생산지수, 건설기성액, 소매판매액지수, 내수출하지수, 수입액, 비농림어업 취업자 수)로 구성돼 있습니다.

다만 통계청은 경기 흐름을 잘 포착하기 위해 동행종합지수 자체보다 동행종합지수에서 장기추세를 제거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움직임을 주로 살펴봅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동행지표의 복잡한 수치를 단순화해 경기 순환만을 알기 쉽게 보여줍니다. 통계청은 이를 바탕으로 주요 거시변수의 움직임,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수축 국면을 사후적으로 판단합니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외환위기 기간을 포함해 총 7차례의 수축 국면이 있었습니다. 통계청은 지난달 가장 최근의 정점을 2017년 9월로 발표했습니다. 경기가 정점 또는 저점을 지나는지를 판단하는 데는 약 1∼2년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이죠. 한국 경제가 현 시점 수축 국면인지, 확장 국면인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지나야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수축 국면이 길어지면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수축 국면 기간을 줄이고, 확장 국면은 길게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가계가 노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남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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