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다 꺼낸 ‘M&A 카드’…넷마블 방준혁 ‘非게임’ 승부수 통할까

뉴스1

입력 2019-10-14 11:17 수정 2019-10-14 11:1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 News1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약 1조8000억원의 뭉칫돈을 들고 정수기 렌탈업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나서면서 성사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웅진그룹에 따르면 웅진싱크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웅진코웨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을 선정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의 지분 25.08%를 1조8000억원 중반대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데다, 넥슨 인수를 위해 마련해둔 실탄이 여전해 큰 변수가 없는 한 웅진코웨이 인수가 확실시된다는 것이 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방 의장이 넷마블의 코스피 상장 이후 줄곧 비게임 영역으로 신사업 확장을 꿈꿔온 만큼,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반전카드로 일궈낸 시총 13조…위기마다 꺼낸 M&A카드

넷마블의 오너 방준혁 의장은 넷마블이 중견게임사로 자리잡은 지난 2015년 이후 줄곧 투자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참여, 몸집을 불리는 승부사 기질을 보여왔다. 특히 성장동력이 정체될 때마다 투자시장에 적극 뛰어들어 반전을 도모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2월 넷마블은 자사 지분 9.8%를 엔씨소프트 지분 8.9%와 맞바꾸는 ‘지분혈맹’을 통해 대형게임사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연이은 흥행작으로 중견게임사 도약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이 한자릿수에 그치며 자금확보에 애를 먹었다.

이에 방 의장은 당시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겪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에게 손을 내밀어 지분을 스왑하는 백기사 역할을 맡는 대신 엔씨소프트의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를 확보, 새 캐시카우 만들기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넷마블 게임 중 최대 히트작인 ‘리니지2 레볼루션’을 개발해내며 국내 게임사 중 최초로 일매출 80억 시대를 열었다. 특히 장기흥행이 가능한 인기 IP를 기반으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연이어 개발해 국내 MMORPG 시장의 선구자가 됐다.

지난 2016년에는 약 4조원 규모로 추산된 글로벌 카지노게임사 ‘플레이티카’ 인수전에 뛰어들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배가시켰다. 당시 업계에선 모바일 게임이 주력사업인 넷마블과 카지노게임이 주력인 플레이티카의 시너지를 높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방 의장은 해외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소셜카지노 게임의 가치를 높게 보고 해외 기관투자자와 함께 3조원의 인수자금을 조달했다.

결과적으로 약 4조9000억원을 써낸 중국계 컨소시엄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4조원대 M&A’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내외에 알리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같은해 12월 캐나다 게임개발사 ‘카밤’ 인수에 성공, 그토록 원하던 해외 대형게임사를 품에 안았다. 당시 넷마블의 연매출은 1조원에 불과했지만 카밤 인수에만 무려 9000억원을 투입할 정도로 큰 딜이었다.

그리고 2017년 5월 넷마블은 북미매출 비중 30%를 자랑하는 글로벌 게임사로 입지를 다지며 공모가 15만7000원, 시가총액 13.5조원의 국내 게임업계 대장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에 성공했다.

◇방탄소년단부터 정수기까지…주52시간제 계기로 비게임 M&A 러시

2017년 5월 상장 당시 “2020년 연매출 5조원을 자신한다”며 탄탄대로를 달려오던 방준혁호의 넷마블이 위기에 빠진 것은 상장 후 1년뒤인 지난 2018년부터다. 2019년 1월 주52시간제 도입이 다가오면서 넷마블은 인력재편과 더불어 기존 업무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이로 인해 넷마블의 장기인 빠른 속도전과 물량공세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덩달아 정부 규제를 신경쓰지 않는 중국게임사가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성장동력을 상실했다. 지난해 넷마블의 매출은 2조21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 감소했고 영업이익 2417억원으로 53% 급감했다. 주가 역시 상장 당시 15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반전을 도모하고자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성공하지 못하면서 방 의장은 점차 비게임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실제 방 의장은 게임업계 경쟁자로 꼽히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동종업계 CEO와 달리 업계 유일한 비개발자 출신의 사업가다.

방 의장은 군 전역 후, 인터넷 영화사업을 시작으로 위성인터넷 콘텐츠 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2000년 게임사 넷마블을 설립하며 주목받는 게임 CEO로 자리매김했지만 줄곧 새로운 사업으로의 도전을 꿈꿨다.

지난 2011년 보안장비 솔루션업체 인콘을 인수하며 전자유통업에 도전했고 넷마블 상장을 전후로 상당한 시세 차익을 누리고 게임사업 집중을 위해 매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박성훈 전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를 대표로 영입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결국 빗썸 인수는 무산되고 대신 ‘방탄소년단’으로 유명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00억원을 투자하며 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리고 1년만에 다시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며 비게임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넷마블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고위관계자는 “방 의장은 타 게임사 CEO와 달리 개발자가 아닌 사업가로 커왔고 게임이 아닌 영역에서도 탁월한 사업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웅진코웨이 자체 영업이익이 5000억원에 달해 캐시카우 역할도 충분한데다 방 의장이 전자유통 사업에 줄곧 관심을 보여왔기에 넷마블과의 단기시너지는 큰 고려사항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