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낮아 고민… 금리 내려도 통화정책 제한적 효과 우려”

이건혁 기자

입력 2019-10-14 03:00 수정 2019-10-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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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원들, 김성식 의원에 답변
“돈 더 풀어야” “자본유출 위험”… 금리 실효하한 논쟁 불붙어
하한 공개여부도 찬반 엇갈려… 이번주 금리 1.25%로 인하 전망
“심각한 침체-디플레 땐 양적완화… 현 시점선 고려할 단계 아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에 접근하면서 통화 정책의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 우려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실질적인 금리 하한선(실효하한)이 0.75∼1% 안팎이라는 금융시장의 추정을 감안하면 한은이 금리를 무작정 낮추기 힘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13일 한은 금통위원을 상대로 한 사전질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질의에 대한 답변은 개별 답변자를 밝히지 않은 채 이주열 한은 총재를 포함한 7명의 금통위원들이 낸 다수 의견에다 소수 의견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금통위원들은 실질적 금리 하한선인 실효하한에 대한 질문에 명확히 답변하지는 않았다. 다만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 실효하한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통화 정책의 유효성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부정적 파급효과가 급증하게 되는 금리 수준”이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금리 하한선 아래로 기준금리가 떨어지게 되면 금리를 더 내려도 가계와 기업이 지출을 늘리거나 물가가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16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현재의 연 1.50%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1.25%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2016년 6월부터 약 1년 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1.25%로 운용했다. 16일 금리가 동결돼도 11월 말 금통위에서는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 실효하한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0.75%에서 1.00% 사이를 한국의 실효하한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의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어 시중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자본유출 등의 위험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금통위 내에는 실효하한을 놓고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과 구체적 수치를 외부와 소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통위원들 간에도 의견이 다른 셈이다.

다만 한은이 과거에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움직임을 가장 중시했지만 최근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 유럽연합은 물론 최근 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있는 호주 등 주변 신흥국의 정책도 함께 봐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 총재는 8월 금통위에서 “통화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을 촉발하는지에 따라 실효하한 추정치가 다르다”고 발언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유럽연합의 금리가 더 떨어지면 한국에서의 자본유출 우려도 낮아지고, 한국이 기준금리를 더 낮출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통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하회하고 앞으로도 당분간 낮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고민이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로금리,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정책의 도입에 대해서는 현재 시행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원론적으론 금리정책 운용 여력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심각한 경기침체 및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높아지는 경우 (양적완화 도입 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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