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사고 자금 묶어둔 가계…2분기 여윳돈 5년만에 최대

뉴시스

입력 2019-10-11 12:00 수정 2019-10-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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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지출 늘린 정부 곳간은 '텅텅'
'수익성 악화' 기업 순자금조달 확대
국내 부문 순자금운용 9조원에 그쳐



올해 2분기 가계 여유자금이 1년 전보다 두 배 불어났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 구매에 나선 가계보다 자금을 묶어둔 가계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정부 곳간은 ‘텅텅’ 비었다. 재정지출을 크게 늘린 영향이다. 반도체 부진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의 자금운용 규모는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2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10조7000억원)보다 12조8000억원(119.6%) 확대됐다. 이는 역대 2분기 중 2014년 2분기(29조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순자금운용은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주식 등으로 굴린 돈을 나타내는 자금운용액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을 뜻하는 자금조달액을 뺀 수치다.

가계의 여유자금이 늘어난 것은 주택구입 등 부동산 투자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을 사려는 가계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여유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이 줄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자금운용 규모는 4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38조원)보다 확대됐다. 이중 금융기관 예치금이 25조4000억원에 달했다. 예대율 관리에 나선 은행들의 적극적인 예금 유치로 자금을 묶어둔 가계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조달액은 같은 기간 26조원에서 20조6000억원으로 다소 축소됐다.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줄어드는 등 기타금융기관 차입이 축소된 영향이다. 다만 예금취급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액은 16조6000억원에서 19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정부의 여유자금은 24조4000억원으로 1년 전(37조6000억원)보다 13조2000억원(32.3%) 줄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소비와 투자 등 재정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2분기 정부의 통합재정수지는 21조2000억원 적자로 지난해 2분기(1조8000억원 적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분기중 지난 2014년(-2조6000억원) 이후 최소치였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경우 투자 등을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 자금운용과 조달과의 차액은 통상 순자금조달로 기록된다. 반도체 경기 둔화세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순자금조달 규모가 지난해 2분기(15조원)보다 커졌다. 외감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분기 기준 5.22%로 지난해 2분기(7.71%)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부문의 전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9조원에 그쳤다. 역대 2분기 중 2012년 2분기(4조2000억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가계의 자금사정은 다소 나아졌지만 정부와 기업 부문에서 모두 부진해진 탓이다.

비금융부문의 순금융자산 규모는 2767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말(2748조원)보다 19조3000억원 증가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금융자산은 2037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말보다 22조4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2배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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