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라임’ 악재 줄줄이… 333조 사모펀드 휘청

장윤정 기자 , 남건우 기자 , 김형민 기자

입력 2019-10-11 03:00 수정 2019-10-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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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원금손실-환매중단에 신뢰 상실

빠르게 성장하던 사모펀드 시장이 잇단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수천억 원의 피해를 안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가 유동성 문제로 환매 중단됐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을 키우겠다며 사모펀드 규제를 푸는 데 급급해 리스크 관리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악재가 반복돼 투자자 보호 측면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사모펀드 관련 규제의 강화를 시사했다.


○ 대중화된 사모펀드, 악재도 줄줄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는 3000여 명, 설정액은 6200억 원에 이른다.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은 처음은 아니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운용사 측은 “편입 자산을 최대한 빨리 유동화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투자자들은 당장 돈이 묶여 버린 데다 혹여 원금 손실이 생길까 애를 태우고 있다.

이 펀드에 돈이 묶인 개인투자자가 유난히 많은 것은 시중은행에서도 펀드 판매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돈 많고 금융투자 경험이 풍부한 자산가나 기관투자가가 주로 투자하던 사모펀드는 요즘 일반인 사이에서도 대중화되고 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낳은 문제의 해외 금리 연계 DLF도 판매액의 89.1%는 개인에게 팔렸다.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신모 씨(70)는 “예금 만기가 돼 은행에 갔다가 안면 있는 직원의 권유로 사모펀드에 가입해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은행들이 예금만 하던 노인에게도 사모펀드를 적극 권유하다 보니 나처럼 덜컥 뭣 모르고 가입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펀드에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생긴 것이지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환매이행계획서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일별 자금 동향을 살피는 등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 금융당국 “규제 강화 검토”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사모펀드 시장을 적극 육성해온 금융위원회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5년 전문 사모펀드 운용회사 설립 요건을 자본금 6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최소 투자 금액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추는 등 규제를 풀었다. 그 결과 2014년 말 10곳이던 전문 운용사는 지난해 말 169곳으로 늘어났다. 저금리에 지친 개인투자자들도 속속 이 시장에 뛰어들며 사모펀드 수탁액은 2014년 173조 원에서 지난해 말 333조 원으로 92%나 증가했다.

하지만 시장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리스크도 함께 커졌다. 운용사들은 투자자 ‘눈높이’를 맞추겠다며 규제 완화의 틈을 타고 위험한 투자를 서슴지 않았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에도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환사채(CB) 등에 적극 투자했지만 증시가 급락하면서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 판매 가능성도 지적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당 펀드가 은행을 통해 많이 팔렸는데 과연 투자자들이 상품을 100% 이해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는 규제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사모펀드는 사는 사람을 ‘전문 투자자’로 봐 규제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당국도 결국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이날 “당국 밖에 있을 때는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스스로 검토해 투자해야지 금융당국이 간섭하면 되겠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투자자 보호도 중요해 입장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남건우·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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