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채무자가 채무조정 요청하면 추심중단…채무조정업 도입

뉴스1

입력 2019-10-08 10:22 수정 2019-10-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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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2019.9.30/뉴스1 © News1

연체 채무자가 채무조정 협상을 요청하면 채권자가 추심을 중단하고 협상에 응하도록 하는 등 채권자와 채무자 간 자율적인 채무조정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들의 원활한 채무조정 협상을 위해 채무자를 지원하는 채무조정서비스업 도입도 검토된다. 연체부담이 끝없이 증가하도록 하는 이자 부과방식은 일부 제한하고, 원채권자인 금융회사가 부실채권을 추심업자 등에게 매각하더라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TF’를 구성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등 관계기관과 금융·법률 관련 외부전문가로 구성됐다. 오는 12월까지 운영되는 TF는 내년 1분기 개선안과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에는 현행 대출계약 체결단계를 규율한 대부업법이 연체 발생 이후 처리절차 등 대출 관련 모든 행위를 포괄하도록 확대 개편하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 이는 개선안 실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021년 하반기 제정안 시행이 금융위의 최종 목표다.

손 부위원장은 TF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채권자의 유인구조를 채무자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보려는 것”이라며 “이는 약자로서 채무자에 대한 일방적인 보호규범이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간 상생(win-win)을 위한 공정한 규칙으로서 사회 전체적인 비용을 절감하는 시도”라고 밝혔다.

최근 연간 단기 연체채무자(연체 5~89일)가 260여만명, 금융채무불이행자(90일 이상)가 26만~28만명으로 집계되는 가운데 금융권에는 원리금 전체의 일시상환을 요구하는 자동적 기한이익 상실, 추심의 외부화, 회수되지 않은 채권에 대한 일률적·반복적 소멸시효 연장 등 회수 극대화를 위한 연체채권 관리 관행이 깔려있다.

금융위는 이같은 연체채권 관리 관행이 채무자 재기지원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채권회수율 개선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가 스스로 소비자 보호 책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시장친화적인 유인구조를 설계하기로 했다.

우선 채권자에 대해 연체채무자가 요청하는 경우 채무조정 협상에 응할 절차적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채권자와 채무자 간 자율적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일률적인 규제가 금융사의 규제회피 과정에서 채무자 보호에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자율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채권자는 채무조정 협상기간 중 추심을 금지하는 등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고, 심사결과를 일정 기간 내 통보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채무조정 여부·정도 등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자율적으로 협의·결정하게 된다. 원활한 협상 진행을 위해 채무자를 지원해 채무조정 협상에 참여하는 채무조정서비스업도 도입하기로 했다. 채무조정서비스업은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 활성화된 업종으로, 인가기준 등이 결정되면 추가 진입자가 있을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비영리 형태 법인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체 이후 채무부담의 과도한 증가를 막기 위해 기한 이익 상실 이후 연체부담이 끝없이 증가하도록 하는 이자 부과방식을 일부 제한하고, 금융사가 회수 가능성 판단에 기초한 내부기준을 마련하도록 해 소멸시효 완성관행 확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는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할 상황을 알면서도 금융사가 기계적으로 소멸시효를 연장해 채무부담을 영속화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아울러 추심위탁·채권매각 등에 따른 추심주체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원채권자인 금융사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관리책임을 부과하는 등 채권추심 시장에 대한 규율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위탁추심, 매입추심 등 추심기관의 법적 형태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규율을 정비해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확립하고, 채권추심·매각 가이드라인이 규정하는 사항 중 추심총량 제한 등 법률적 제한이 필요한 사항은 선별해 법제화하기로 했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이같은 안이 실시되면 채권자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채권자에게 반드시 불리한 결과가 오는 것은 아니다. 채무관계가 더 악화하기 전에 자율협상을 통해 채무조정이 활성화된다면 오히려 채무자와 채권자가 윈윈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채권자 수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연체발생 시 처리절차, 분쟁해결 절차 등을 규율한 법을 1974년에 만들었다. 미국은 관련 내용을 일반 소비자신용법(1968년)과 채무조정업 규율법(2005년)으로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이 국장은 “조금 늦었지만 다른 선진국들처럼 채무조정 관련 부분을 규율체계로 도입하는 것을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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