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주인들… 매물 끊긴 강남권 아파트

이새샘 기자

입력 2019-10-07 03:00 수정 2019-1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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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유예이후 관망세 확산
강남-동북권 지난달 ‘공급〈수요’… 정부, 연말까지 편법거래 집중단속


지난해 9·13대책 이후 공급이 많아 매도자보다 매수자에게 유리했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매도자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월간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나타내며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100 선을 회복했다. 서울 전체의 매매수급지수 역시 99.3으로 100에 육박했다. 매매수급지수는 감정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조사,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의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다. 0에 가까울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공급 우위(매수자에게 유리),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수요 우위 시장(매도자에게 유리)을 뜻한다.

강남지역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9월 126.6을 나타내며 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다 올해 5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강동구가 속한 동남권은 102.6으로 전체 권역 중 지수가 가장 높았다. 강북에서는 성동구 광진구 등이 속한 동북권이 101.5를 기록하며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시장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도 지난달 7억7600만 원으로 6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했다. 강남지역의 중위 매매가격 역시 9억1400만 원으로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매도자에게 유리한 수요 우위 시장으로 돌아선 것은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늘어나며 부동산 투자 수요는 꾸준한 데 비해 주택 보유자들은 시장을 관망하며 집을 내놓지 않는 ‘버티기’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기가 나빠지자 지방의 투자 수요까지 서울 부동산 시장으로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는 꾸준한데 양도세 중과 등 정부 규제로 마땅한 매물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내년 4월까지 분양하는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대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유예하기로 하면서 시장에 매물 자체가 끊기는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상한제 유예 기간 내 분양이 확실시되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지난달까지 나와 있던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이고, 매물이 나오더라도 수천만 원씩 호가가 높아져 거래 자체가 일어나질 않는다”고 전했다.

정부가 편법·위법 부동산거래를 집중 단속하기로 한 것 역시 당분간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서울시 등 총 32개 기관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합동으로 8, 9월 신고된 거래 중 업·다운계약이나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사례, 차입금이 과다한 거래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유예 기간 적용으로 단기적으로는 서울지역 분양 물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서울 내 새 아파트의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부가 서울지역의 매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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