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사원이 고위직 임원과 핫플레이스 찾아다니는 이유는?
강승현 기자
입력 2019-10-06 16:20 수정 2019-10-06 16:23
롯데쇼핑 제공
롯데백화점 전형식 디지털 전략본부장(전무)과 문화콘텐츠 정소희 담당 사원은 지난달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한 펍(pub)을 방문했다. 둘은 이날 매장 곳곳과 손님들의 모습을 살피며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부서도 다른 고위직 임원과 말단 사원이 함께 술집을 찾은 이유는 뭘까.
둘의 만남은 경영진들이 젊은 직원에게 최신 트렌드를 배우는 롯데쇼핑의 ‘역(易) 멘토링 제도’를 통해 성사됐다. 멘티는 ‘만 24세부터 39세’ 사이의 젊은 직원 12명이다. 멘토는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 등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으로 구성됐다. 3월부터 6개월 간 1기 활동을 마치고 최근 2기가 활동에 들어갔다. 롯데쇼핑은 이번 새 실험을 통해 미래의 핵심 고객층인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상품과 공간을 경영진이 직접 경험하고, 이를 토대로 실제 현장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일대일로 짝을 지은 이들은 매주 하루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며 최신 트렌드를 배우는 동시에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있다. 전 본부장과 정 사원이 지난 달 방문한 펍에선 벽면에 별도 인테리어 대신 ‘빔프로젝트’를 활용한 영상으로 매번 다른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있었다. 역 멘토링 제도를 통해 발굴된 이 아이디어는 조만간 롯데백화점 일부 매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체험 중심 매장 등 새로운 매장 구성에 대한 제안이 역 멘토링 제도를 통해 임원진에게 공유됐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멘토링 활동 중에 나온 아이디어는 현업 부서와 계속 공유하고 있다”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매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롯데쇼핑은 세대 간 소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관심 분야가 같은 임원과 신입사원을 매칭해 ‘익선동’이나 ‘송리단길’ 같은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거리를 함께 경험하도록 했다.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일부 임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등 밀레니얼 세대 문화를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임원과 신입사원이 함께 쇼핑하는 영상을 촬영하며 인플루언서 체험을 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기획전략본부 리테일연구소 최가영 팀장은 “지난 6개월간 활동으로 조직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생긴 게 가장 큰 성과”라며 “역멘토링의 목표는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트렌드를 사내 전체에 공유하고 이를 통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해 혁신을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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