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시작하고 부부싸움 안해” 성공적인 노후 즐기기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입력 2019-10-05 13:15 수정 2019-10-0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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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체육학회지 제58권에 ‘여성노인의 다차원성공적노화에서 운동의 기여’란 논문이 실렸다. 다차원성공적노화는 신체적 건강과 심리적 건강, 사회적 건강, 개인적 성장에 있어서 운동이 노후생활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탐색한 논문이다. 백소영 씨(한국체대 스포츠심리학 박사과정)와 윤영길 한국체대 교수가 함께 연구했다. 운동을 아직 시작하지 않는 노장년층을 위해 논문을 소개한다.

이 논문에서는 여성의 기대 수명이 더 길고, 건강 상태 평가에서 남성(38.5%)보다 여성(54.4%)이 더 높은 비율로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성(61.9%)이 남성(50.7%)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2015년 통계에 따라 여성에 포커스해 연구 조사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남자 여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연구팀은 질적 연구방법인 포토보이스(Photovoice)를 활용했다. 포토보이스는 연구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연구방법이다. 연구 참여자는 일정 기간동안 사진을 수시로 촬영하고 사진의 형태로 자신의 생각, 느낌 등을 포착해 연구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심리 체험을 공유한다. 성공적인 노후생활에 관심이 있으며, 운동경험이 풍부하고, 남편의 은퇴 및 별거나 이혼, 고부갈등 등 다양한 여성 노인문제를 경험했고, 휴대전화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모바일메신저 활용이 가능한 60대 여성노인 7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발했다. 연구 참여자는 주 5회 이상, 매회 60~90분 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재밌는 사례가 많아 자세히 소개한다.

첫째, 신체적 건강은 성공적인 노후생활의 토대가 됐다. 이들에게 신체적 건강은 성공적으로 늙어가는 데 필수조건이었다.

E 씨. “운동 안할 때는 진짜 몸이 무겁고, 무릎이 아파.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그걸 느끼는 거야. 젊었을 때 운동 안할 때는 그냥 걷고, 불편함이 없었는데, 나이가 먹을수록 운동을 안 하면 몸이 굳어지는 게 느껴져. 관절이. 아, 그래서 운동은 진짜 필수로 해야 하는 구나.”

D 씨. “성공적인 노화, 우리 로망이야. 가장 두려운 게 몸 아픈 거잖아. 우리가 100세까지 사는 동안 건강하게 질병이 없이 사는 게 로망이기 때문에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움직이려고 하고 운동을 해요.”

C 씨. “퇴행성 무릎 관절이라서 사이클을 시작했어요. 4~5년 타보니까 병원을 안 가도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지는 거예요. 사람이 걸어 다니는 게 최곤데, 무릎 관절을 절뚝절뚝하고 다녔어. 진짜 병원도 안 가도 되고, 땀 흘리고 기분도 좋고, 무릎도 괜찮아지고. 너무 좋아. 노후에는 운동을 해야 좋아요.”

G 씨. “운동? 별의별거 다 했지. 운동을 한 10년 넘게 하니까 이전에 있던 고지혈증도 없어지고, 밤에 잠도 너무 잘 오고, 걸으면서 햇빛을 충분하게, 일주일에 거의 매일 받으니까. 그래서 밥을 맛있게 먹어. 아주 단순해. 운동하면 밥맛이 좋고, 잠 잘 자고, 잘 싸. 그 세 가지.”
둘째, 심리적으로도 건강해져 성공적인 노후생활의 동력이 됐다. 운동은 참여자들의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해 심리적으로도 건강했다. 심리적으로 젊었고, 활력이 넘쳤다. 운동은 가사 해방구 역할도 했다.

D 씨. “운동이 내 행복의 50%를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내 삶을 보면 신체활동이 없으면 우울증이 오고, 까부라지고, 의욕이 없어지고. 운동하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기운도 생기고 뭐든지 하고 싶고, 자신감이 생기고 일단 자신감이 중요해. 얼마든지 다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B 씨. “일단 몸이 괴로우면 짜증부터 나고, 주위 사람한테 귀찮고, 봉사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런데 운동을 하면 정신도 건강해지고, 몸이 건강하니까 하나도 두렵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고 그렇지. 신체활동, 운동에 모든 게 다 들어있어요. 신체와 정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게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G 씨. “나는 전업주부라 내 손이 닳지 않으면 살림이 되는 게 하나 없고, 애들 키우고 그렇게 정신없이 산지가 30년이야. 스트레스가…. 그러다가 열심히 운동하니까 스트레스가 해소 돼. 몸과 마음이 젊어지는 걸 직접 느껴. 몸을 움직이니까 남들보다 조금은 젊게 산다는 확신이 들고. 그래서 운동이 내 삶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아무래도 기분이 업 되어 있는 상태요. 그래서 기분이 젊어지는 것 같아.”

셋째, 사회적으로도 건강해서 성공적인 노후생활의 버팀목이 됐다. 참여자들은 사회적 교류에 적극적이었다. 부부 유대감 회복, 적극적인 사회참여, 자녀와의 상호작용에 적극 나섰다.

F 씨. “우리 나이 때는 어디 갈 수 있는 데가 많지 않아. 운동하면서 친구만나서 수다 떨고, 같이 운동하고 모일 수 있어서 좋지. 서로 가정사 얘기하고 그러다 보면 친해지고. 그런데서 상대방을 배려해서 조금 잘 해주면 더 인기가 많아지고. 그래서 친구가 되더라고.”

B 씨. “등산 갔다 오면 좌우지간 집안에서도 그렇고 밖에서도 그렇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모든 걸 해요. 사회성도 좋아졌다고 그러더라고. 왜냐하면 자꾸 사람들 만나고 단체 활동하고 여기서 반장도 하고 그러니까 사람에 대한 뭐랄까 거리감이 없어요.”

A 씨. “젊을 때 운동 안 한 게 정말 인생의 실수였구나. 남편 끼니 챙겨주는 것도 힘들고, 남평이랑 싸우고 툭하면 이혼하자고 하고. 정말 운동하고선 남편이랑 싸운 적이 별로 없더라고.”

넷째, 개인적으로도 성장해 성공적인 노후생활의 디딤돌이 됐다. 참여자들은 운동을 하면서 삶의 의미를 회복했고 자기계발에도 적극적이었다. 결국 개인적인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됐다.

C 씨. “이게(자전거타기) 항상 새로운 곳으로 데려가 주잖아요. 매일 새로운 목적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멀어도 끝까지 가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고. 하다보면 인생에 대한 목표의식이 생겨요.”

F 씨. “젊은 날에는 몸이 건강해가지고 자녀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했다가, 이제는 늙어서는 자유가 생겼잖아. 배우고 싶은 것들도 못 배웠지. 그래서 이제 자전거 교실 해.”

B 씨. “아니 정말 도전에 대한 용기가 생겨요. 뭐든 배우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요. 저는 일년에 하나씩 배우거든요. 제 작년엔 수영을 배웠고, 작년엔 골프를 하고, 매년 뭘 배워도 자신감이 있고, 도전할 자신이 항상 준비돼 있어.”

G 씨. “나는 평생교육원에 도전하려고. 손수 자전거를 수리까지 하는 양성과정이 있어. 자전거 부속에 대해 세부적으로 알 수가 있고. 새로운 것 도전해보고 싶어. 해보려고 맘먹고 있어.”

앞에서 밝혔듯 이 연구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여성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질적 연구를 하다보니 사례가 적어 대한민국 여성 노인을 대표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괴리도 있다. 하지만 운동이 노인들에게 다양한 편익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수십 년 전부터 계속 나오고 있다.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는다)라는 ‘100세 시대’ 건강법의 핵심에는 운동이 자리하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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