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김포 돼지 모두 처분한다…‘先수매 後살처분’

뉴시스

입력 2019-10-04 15:18 수정 2019-10-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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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이틀에 걸쳐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가 4곳이 연달아 나오면서 정부가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두 지역 내 농가에서 희망하는 만큼의 돼지를 전량 수매한 후 나머지는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키로 했다. 선(先) 수매, 후(後) 살처분을 통해 해당 지역에서의 돼지를 모두 없애겠다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파주·김포시에서 ASF가 발생한 농장으로부터 반경 3㎞ 밖에 있는 돼지를 이날부터 즉시 수매한다고 밝혔다.

앞서 방역 당국은 인천 강화군에서 ASF가 3일에 걸쳐 잇따라 5건 발생하자 해당 군 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파주와 김포시에서 협의를 거쳐 건의한 것을 중앙 정부에서 수용한 것이다.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에선 처음 발생한 전염병인 데다 특정 지역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다 보니 역학(질병의 원인에 대한 연구)적 차원에서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며 “살처분 대상 범위를 3㎞까지 확대한 것과 같은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가 마련한 ASF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르면 발생 농장으로부터 반경 500m까지가 살처분 대상이지만, ASF가 확산되면서 정부는 이를 3㎞까지 늘려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살처분 대상에 오른 농가는 수매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매 대상은 생체중 90㎏ 이상의 비육돈(5개월 이상 사육해 식용으로 출하 가능한 돼지)이다.

가격은 생체중 90~110㎏ 돼지는 110㎏ 수매 가격으로 정산한다. 110㎏ 이상 돼지는 지육 중량에 110㎏(규격돈) 지육 단가를 곱한 가격으로 계산할 계획이다. 수매단가는 ASF가 발생하기 전 5일간 도매시장에서의 평균 가격을 적용한다.

정부에서 수매량을 강제하는 방식이 아닌, 수매를 희망하는 양돈 농가가 비육돈의 출하 마릿수와 출하 예정일 등을 포함한 수매 신청서를 관할 시(市)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매가 접수되면 시는 도축장과 식육포장처리업체의 도축·가공 능력을 고려해 관할 지역과 그 외 지역으로 구분해 출하일을 배정한다.

농가는 시로부터 통보받은 출하일에 지정된 도축장에 출하하면 된다. 정부는 지정 도축장 외 해당 지자체 밖에서 기존에 이용해 왔던 도축장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축방역관 또는 공수의사(관의 가축 방역을 위해 지원되는 수의 인력)의 사전 정밀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는 경우에만 출하할 수 있으며 도축장에서도 추가로 임상·해체 검사가 이뤄진다.

수매한 돼지는 우선 비축한다. 박 실장은 “앞으로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중에 유통할 계획”이라며 “시기는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늘부터 경기도와 파주·김포시에선 수매 상황반을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두 지자체는 관내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신청 방법과 절차를 안내할 계획이며 수매 신청서를 지자체 및 농협·한돈협회 등의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수매 대상으로 희망하지 않은 나머지 돼지의 경우 전량을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한다. 규모는 파주와 김포를 합쳐 총 6만여마리이며 이 중 파주가 5만여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당국은 잔존물 제거까지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고 소독 등 방역 조치도 철저히 할 계획이다.

또 다른 ASF 발생 지역인 경기 연천군의 경우 발생 농장으로부터 방역대(반경 10㎞) 이내에 있는 돼지만을 대상으로 수매와 예방적 살처분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천도 지자체 차원에서의 협의와 건의가 있으면 파주·김포와 같은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앞서 파주시 적성면에서 무허가 소규모 농가에서 ASF가 발견된 사례가 있어 불법 농가에 대한 전수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밖에 경기도에선 300두 미만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돼지를 수매하는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 중이며 충청북도에서도 100두 미만 농가를 대상으로 이를 추진한다.

현재까지 살처분 대상에 오른 돼지 수는 총 14만2831마리다. 지난달까지 ASF 양성 판정을 받은 파주와 연천, 김포, 강화에서의 살처분 작업은 모두 완료됐다. 이달 들어 파주, 김포에서 ASF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4만4218마리가 추가로 대상에 올랐다.

수매 이후 살처분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112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농특회계) 내 살처분 보상금으로 충당된다. 파주·김포 내 비육돈 수는 약 1만7000마리로 추산되고 있다. 총 수매 비용은 95억원 정도로 예상되며 정부는 축산발전기금 내 축산물 수급안정사업용으로 마련된 예산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박 실장은 “부족하다면 전용 등 절차를 활용할 것”이라며 “비용 문제는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꾸준히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번 살처분된 농가는 재입식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살처분이 이뤄진 농가는 매몰 후 30일이 지나면 이동 제한이 해제되고 이 때부터 40일간 세척, 소독 등 방역 조치를 거친다. 이후 60일간 시험 돼지를 넣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최종 확인한 후 안정성이 확인될 때만 재입식을 허용한다. 다만 이 기간은 방역 상황에 따라 줄거나 늘어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살처분 농가에 6개월까지 생계안정자금을 지급해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보상금 추정액의 50%를 우선 지급하고, 재입식까지 월 최대 337만5000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사람과 가축, 차량 등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한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도 연장됐다. 이날 오전 3시30분까지 경기·인천·강원 등 중점관리지역에서 발령할 계획이던 이동중지명령은 오는 6일 오전 3시30분까지로 48시간 더 연장됐다. 이동중지 기간엔 축산 관련 차량은 운행을 중단하고 내·외부를 철저히 세척·소독해야 하며 도축장과 분뇨처리시설 등 축산 관련 시설도 일제히 소독해야 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ASF가 발병한 지역은 파주시 연다산동(9월17일 확진)과 경기 연천군 백학면(18일 확진), 경기 김포시 통진읍(23일 확진), 파주시 적성면(24일 확진), 인천 강화군 송해면(24일 확진), 강화군 불은면(25일 확진), 강화군 삼산면(26일 확진), 강화군 강화읍(26일 확진), 강화군 하점면(27일 확진), 파주시 파평면(10월2일 확진), 파주시 적성면(2일 확진), 파주시 문산읍(2일 확진), 김포시 통진읍(3일 확진) 등 총 13곳이다. 이 중 절반가량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발병 즉시 실시간으로 보고됐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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