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건설 노조원 채용강요 단협 289건… 민노총이 54%

송혜미 기자

입력 2019-10-04 03:00 수정 2019-10-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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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3개월간 456건 전수 조사… ‘위법 260건’ 시정명령 절차 밟아
업계 “정부 관리감독 더 강화해야”


정부가 건설업체와 노조 간에 체결된 단체협약 456건을 최근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중 289건(63.4%)이 조합원 우선 채용 내용을 담은 위법 단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3일 확인됐다. 고용부는 5월부터 석 달간 건설사가 노조와 체결한 단협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대상 업체는 철근콘크리트 공사 업체 중 2017년 단협을 체결한 사업장, 2000억 원 이상 아파트 공사를 수주한 사업장, 시공능력평가 400위 사업장 등이다. 위법 단협 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체결한 단협은 157건(54.3%),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02건(35.3%)이었다.

건설업계는 위법한 단협을 근거로 한 노조의 채용 강요로 공사 차질 등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2016년 이후 위법 단협 실태 파악을 하지 않았지만 노조의 채용 강요 행위가 끊이지 않자 5월 단협 전수 조사에 나섰다.

고용부는 단협 유효기간이 지난 29건을 제외한 위법 단협 260건에 대해 노동위원회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의결이 되면 관할 고용노동청이 단협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시정 절차가 시작된다.

단협에 위법한 내용이 있으면 노사에 우선 자율시정 기회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자율시정을 권고하지 않고 바로 시정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가 위법 단협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시정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노사 양측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엄정 대응을 환영하면서도 채용 강요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협을 체결하지 않은 건설현장에서도 자기 조합원을 채용하라는 압박이 있어서다. 7월 시행된 채용절차법 개정안은 위법한 채용 강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폭력을 동원하는 등 명백한 불법 행위가 없으면 처벌이 쉽지 않다. 신 의원은 “고용부가 엄정한 대응을 통해 불법적인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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