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스로 세계를 즐겁게”… 간장기업 샘표, 당찬 포부

신희철 기자

입력 2019-10-04 03:00 수정 2019-10-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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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경영’ 박진선 사장
4년째 우리맛 연구 프로젝트 진행… 채소 등 연구 1500여 레시피 개발
AI로 허드렛일 줄면 집밥 수요 쑥… 전 세계에 집밥솔루션 제안할 것


1일 서울 중구 충무로 샘표 본사에서 박진선 사장이 한식의 주재료와 요리법을 연구해 전 세계인이 만족할 만한 ‘집밥 솔루션’을 제안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박 사장은 장류 제조사였던 샘표를 식문화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인공지능(AI)으로 가사 허드렛일이 줄어들면 그때도 가정간편식이나 배달음식을 선호할까요. 자기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해먹으려는 수요가 높아질 것입니다. 소스 사업을 하는 샘표가 건강한 집밥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하는 이유입니다.”

1일 서울 중구 충무로 샘표 본사에서 만난 박진선 사장(69)은 전통 장류 제조사인 샘표가 식재료를 연구하며 요리 레시피까지 제안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외식 및 배달 문화가 발달하면서 먹거리가 넘쳐나고 있지만, ‘집밥’을 대체할 순 없다는 것이다.

할아버지인 박규회 샘표 창업주, 아버지 박승복 회장에 이어 1997년부터 3대째 샘표를 경영해온 박 사장은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행복 그 자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건강한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밥을 지어 가족이 나누는 것만큼 귀한 것이 없다”면서 “식재료, 요리법, 소스란 음식의 3요소를 과학적으로 연구해 전 세계에 ‘집밥 솔루션’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시작한 ‘우리맛 연구 프로젝트’는 그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자사 연구원뿐만 아니라 인문학자, 과학자, 영양학자, 요리사 등을 한데 모아 한식의 주재료를 파헤치고 있다. 감자, 가지, 무 등 채소류를 비롯해 나물, 버섯, 해조류 등을 품종별로 분류하고 부위별 특징 및 활용법, 끓이기 무치기 튀기기 등 조리법에 따른 맛의 차이 등을 정리했다. 현재 채소(11종), 봄나물(20종), 버섯(8종), 해조류(5종)에 대한 연구를 마쳤고, 1500여 개 레시피를 개발했다.

이렇게 축적된 레시피는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적 발판이 되고 있다. 샘표는 전 세계 식품·음식 관련 전문가 및 요리사와 이 레시피를 공유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공동 연구를 이어온 스페인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를 비롯해 샘표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세운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통해서다. 박 사장은 “우리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면서 “모든 재료와 각종 레시피에 어울리는 신개념 소스인 ‘연두’를 간장보다 많이 파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10년 개발된 연두는 채소 우린 물과 콩 발효액으로 만든 건강 소스라는 점이 주목받으며 현재 미국, 스페인, 호주, 프랑스, 중국 등 총 26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박 사장은 “간장만으로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연두가 간장을 뛰어넘는 소스가 될 수 있게 10년이고 20년이고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샘표에는 숫자로 된 매출 목표가 없는 게 특징이다. 박 사장은 “생산 계획이 있으니 얼마나 팔릴 것이란 예측은 해야 하지만 목표를 잡아놓고 맞추려 하면 밀어내기나 갑질을 하는 일만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 대신 그는 매년 매출액의 4∼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박 사장은 우리맛 연구의 결과를 각 가정과 요리학교, 학교 급식소, 개인 식당 등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고도 했다. 최근 샘표는 ‘버섯을 고기처럼 맛있게 먹일 수 있는 레시피’ 등을 담은 집밥 레시피북을 4만3000여 가정에 전달했다. ‘우리맛 연구 우리채소편’ ‘우리맛 연구보고서 봄나물편’ 등도 발간했다. 박 사장은 “질 좋고 맛있는 음식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전파하면 우리 사회의 음식 문화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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