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교회의 변신…‘한국적인 교회건축’ 국제 건축상서 빛나다

동아일보

입력 2019-10-02 16:38 수정 2019-10-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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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한국 개신교회가 세계 속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됐습니다. 이제 건축에서도 한국적 가치를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올해 3월 신축된 새문안교회 설계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은석 경희대 교수(57)가 말했다. 새문안교회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14일 열리는 ‘2019 건축 마스터상(AMP)’의 건축설계분야 문화건축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98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제정된 AMP는 매년 전 세계의 혁신적인 건축 프로젝트를 선정해 수상작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건축설계, 인테리어 디자인, 조경분야 등 42개 분야에 68개국 1000개 이상의 후보작이 출품됐다. 이 교수는 서인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 최동규)와 10년 가까이 새문안교회 설계프로젝트를 맡았다. 최근 이 교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교회 건물로 국제적 건축상을 받는 경우는 드문데….

“이번 수상작 중 교회 건축은 유일하다. 요즘엔 한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교회를 많이 짓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국의 교회건축은 뾰족탑이 있는 서양의 고딕스타일만 흉내내왔다. 형태보다는 공간, 채움보다는 비움을 통해 한국적인 교회건축의 가치를 표현하려 했다.”

―‘무창(無窓)의 건축’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절제된 창이 인상적이다.

“새문안교회는 언더우드 목사가 1886년에 세운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다. 한국 개신교회의 어머니 교회로서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부드러운 곡선 벽면으로 형상화했다. 교회 앞마당에서 올려다보면 하늘로 열려있는 문을 상징하기도 한다. 정면의 작은 창문들은 밤이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은하수처럼 반짝이는데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광화문 쪽에 설치된 전면 유리창에는 자세히 보면 십자가 문양이 숨겨져 있다.”

새문안교회의 베이지색으로 보이는 돌은 화강암의 일종인 중국산 사비석이다. 돌 사이에 낀 철분에 녹이 슬면 전체적으로 발그스름한 베이지색을 띠게 된다고 한다. 이 교수는 “돌마다 색깔이 달라 저렴한 재료이지만, 잘 섞어서 쓰면 고상하고 역사성 있는 건물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예배당 본당을 지을 때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

“현대의 개신교회는 너무 극장식이다. 스크린에서 화면이 나오고, 대형 스피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개신교회가 원래의 경건한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피커를 안으로 감췄고 화면은 없앴다. 작곡가 홍난파, 김동진이 새문안교회 성가대 지휘자를 맡았을 정도로 음악적 전통이 강해 전자오르간 대신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했다.”

이은석 교수
1층에 위치한 ‘새문안홀’은 1972년에 지어 50년 가까이 썼던 기존 예배당의 벽돌과 스테인드글라스, 한옥창문 무늬장식 등을 그대로 복원해 옛 기억도 잊지 않았다. 이 홀과 1층 로비, 외부 광장은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개방되고 종로에서 세종문화회관으로 가는 지름길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예로부터 교회는 도시생활의 중심 공간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사회적 기능을 잃어버렸다”며 “새 교회를 지으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공공성 회복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많은 교회건물을 설계해 온 교회건축 전문가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주경기장 인근에 세워질 예정이었던 초대형 원형 건축물인 ‘천년의 문’ 공모설계(2000년)에서 1등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독일 바우하우스의 첫 카탈로그 표지에는 고딕성당이 그려져 있습니다. 건축을 통해 과학, 회화, 음악 등 모든 예술을 통합하자는 뜻이었죠. 현대건축은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데 집중하는데 교회 건축가는 정신적, 심리적, 상징적인 것을 포괄하는 복합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점에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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