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찍은 ‘코드42’, 기아차-SK-LG-CJ서 300억 투자유치

지민구 기자

입력 2019-10-02 03:00 수정 2019-10-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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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자율주행 ‘어벤저스’에 대기업 5곳 이례적 공동투자
기업가치 최소 1000억으로 ‘껑충’… “첫 모빌리티 유니콘 탄생” 기대
2021년 신규플랫폼 ‘유모스’ 출시


현대자동차 SK LG CJ그룹이 함께 모빌리티 스타트업 코드42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대기업들이 특정 스타트업 공동 투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모빌리티 분야에서 첫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코드42는 1일 대기업 5곳으로부터 총 3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아자동차가 150억 원을 투자했고 SK텔레콤과 LG전자, LG유플러스, CJ가 나머지 150억 원을 출자했다. 각 사의 코드42 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코드42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올해 3월 설립한 코드42는 현대자동차로부터 20억 원을 투자받으며 주목을 끌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4월 송 대표를 직접 만나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협업 방안을 논의하는 등 코드42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추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평가된 코드42의 기업 가치는 최소 1000억 원으로 6개월 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뛰었다. 코드42의 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추가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한국에서도 드디어 수천억 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가진 자율주행 분야 스타트업이 등장한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창현 코드42 대표(가운데)가 지난달 30일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CJ그룹과 서울 강남구 코드42 본사에서 투자 협약식을 체결했다. 코드42 제공
송 대표를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분야 전문가가 모인 코드42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유모스(UMOS)’를 2021년 출시할 예정이다. 코드42는 유모스를 통해 자율주행 차량과 배달 로봇, 드론, 전동 킥보드 등을 활용한 차량 호출 및 공유, 음식 배달, 이동형 상점과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코드42는 최근 모빌리티 업계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차두원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을 최근 정책 담당 총괄로 영입하며 구체적인 사업 설계에 돌입했다. 송 대표도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과 택시업계 등을 두루 만나면서 자체 플랫폼 사업의 방향성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코드42의 유모스를 통해 그동안 취약했던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미국 앱티브(APTIV)와 함께 4조8000억 원을 들여 설립하는 합작회사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를 유모스 등의 플랫폼에 적용해 서비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시장 진입을 노리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번 투자가 자체 기술력을 높일 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CJ는 스마트 물류 영역에서 코드42와의 협업을 모색하기로 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코드42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계기로 주요 대기업이 모빌리티 분야의 스타트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제 및 이해관계자 간 갈등 문제로 모빌리티 기업 중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 등 소수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는 미국으로 넘어가 투자를 받기도 했다.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를 망설이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현대차그룹 등의 코드42 투자 결정을 통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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