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급 충격에 당분간 물가상승률 0% 내외…디플레 징후 아냐”

뉴시스

입력 2019-10-01 08:36 수정 2019-10-0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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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기재부 1차관, 거시경제금융회의 모두발언
"기저효과, 농산물 가격 하락에 2~3달 물가 하락할 것"
"농산물석유류 제외시 1% 수준…연말 0% 중후반 예상"
"돼지고기 재고·가격 면밀 점검…수급 불안시 안정대책"



물가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최근의 저(低)물가 상황을 ‘디플레이션(deflation)’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오전 8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공급 측 충격에 의한 2~3개월 단기간에 걸친 물가 하락이 예상된다”면서도 “최근 몇 달간의 물가 흐름이 디플레이션의 징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디플레이션이란 물가 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4% 하락해 지난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수점 한 자릿수에서 반올림하는 공식 수치로는 1965년 통계 지수 편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였다.

김 차관은 “당분간은 작년 9~11월 물가가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농산물 가격 하락 등 공급 측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0%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얘기하는 기저효과는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상반기 0.8~1.5% 수준에서 9~11월 2.0~2.1%로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례없는 폭염과 늦여름까지 지속됐던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을 보면 8월엔 9.3%, 9월엔 14.9%로 급등세가 더 커졌다. 올해는 봄부터 여름까지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작황이 호조를 보여 8월 -11.4%, 9월 -13.8%로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농산물이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기여한 효과는 각각 -0.60%포인트(p), 9월 -0.76%p로 확대됐다.

국제유가도 기여한 바가 있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8월엔 73달러, 9월 77달러까지 올랐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60달러 수준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률 하락 효과는 8월 -0.17%p에서 9월 -0.26%p로 커졌다.

기저효과와 국제유가를 합한 공급 측 요인이 물가 하락에 기여한 정도는 8월 -0.77%p, 9월 -1.01%p로 계산됐다.

김 차관은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과거 4년 평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면 이번달 물가 상승률은 1%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밖에 건강보험 적용 확대, 고등학교 3학년 대상 무상 교육 등 복지 정책도 가계의 부담을 줄여 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복지 정책이 물가 하락에 미친 영향은 -0.26%p로 산출됐다. 외식을 포함한 개인 서비스 물가 등 여타 품목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돼 물가를 약 0.84%p 올리는 데 기여했지만, 공급·정책 요인에 의해 상쇄됐다.
정부는 물가 하락에 따른 소비 지연을 동반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짚었다. 기재부는 소매 판매 지수가 8월 3.9%로 크게 오른 데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전월 대비 4.4p 오른 96.9를 기록한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물가가 하락하는 기간이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1930년대 미국이 겪은 대공황이나 1990년대 일본에서의 디플레이션 등과 연결 짓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 차관은 “일본의 디플레이션 기간엔 물가 조사 대상 중 60% 내외 품목의 가격이 하락하는 등 물가 하락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 물가 하락 품목이 20~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고도 봤다. 세계화와 기술 발전, 유통 혁신(아마존 효과) 등에 따른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김 차관은 “유가 급락에 따른 공급 측 충격 등으로 2~3분기 단기간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도 1990년대 이후 주요 41개국에서 356회 발생했다”며 “일시적인 물가 하락 현상은 국제적으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활력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만큼 물가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재정 지출 확대 등 확장적 거시 정책을 지속하고 수출, 투자 및 소비 활성화 대책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우리 경제의 활력 제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른 리스크도 최소화해 나갈 방침이다.

김 차관은 “범정부적인 강력한 방역 조치와 함께 돼지고기 등 축산물의 재고·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수급 불안이 우려될 경우 안정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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