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통도사’ 산문 열린 지 1374년… 佛心모아 축제 열다

정양환 기자

입력 2019-10-01 03:00 수정 2019-10-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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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개산대재’ 법회
삼보이운-괘불헌공 등 창건 이념 담은 행사 잇따라
‘대중과 함께 하는 불교’ 실천
송가인 공연부터 댄스대회까지… 지역주민 참여하는 부대행사도


“남쪽 축서산(영축산의 옛 이름) 기슭 신지(神池)에 독룡(毒龍)이 거처하며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다. 용이 사는 연못에 금강계단을 설치하고 사리와 가사를 봉안하면 불법이 오랫동안 머물러 천룡(天龍)이 그곳을 옹호하게 되리라.”

자장율사(590∼658)가 중국 당나라에서 문수보살로부터 받았다는 가르침의 일부다. 현대인에겐 설화나 다름없는 얘기지만, 여기엔 상당한 의미가 있다. 7일 창건 1374년을 맞은 경남 양산시 통도사가 주창하는 ‘대중과 함께 열어가는 불교’라는 창건이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통도사는 선덕여왕 15년(646년) 음력 9월 9일에 자장 스님이 영축산에 금강계단을 세우고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봉안하며 산문을 열었다. 바로 이 창건일을 맞아 여는 큰 법회가 개산대재(開山大齋)다.

지금이야 양산도 작지 않은 도시지만 당시엔 도읍인 경주에 비하면 한참 변방이었다. 신라에서 손꼽히던 고승인 자장율사가 굳이 이곳을 선택해 불교의 으뜸 보물을 모신 이유가 뭘까. 통도사 주지인 현문 스님은 “이곳이 부처님이 직접 불법을 설하신 인도 영축산과 닮았기 때문이란 말도 있지만, 서민들과 함께 숨쉬는 ‘민중불교’로 나아가려는 목적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신을 받들어 지난달 13일 한가위 때부터 다양한 행사를 펼쳐온 개산대재는 5일부터 한층 볼거리가 풍성해진다. 5일 오전에 열리는 ‘영축삼보이운’이 그 시작이다. 법당이나 다른 곳에 모셔져 있던 괘불을 법회 장소로 옮겨오는 이 행사는 주위에 늘어선 불자들과 함께 장관을 이룬다. 이후 스님들의 바라춤과 더불어 모셔온 괘불에 공양을 올리는 ‘괘불헌공’도 중요한 행사다.

개산일인 7일은 더욱 장엄한 행사들이 통도사를 수놓는다. 자장율사를 추모하는 ‘영고재’와 개산대재 ‘법요식’, 역대 고승의 부도를 모신 부도원에 차를 올리는 ‘부도헌다례’가 오전 10시부터 이어진다. 현문 스님은 “통도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것도 이런 ‘현재성의 가치’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산대재는 통도사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자리에서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문화유산임을 여실히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서민 속에 숨쉬고 있다는 건 부대행사만 봐도 느낄 수 있다. 5일 대규모 의례로 바쁜 와중에도 지역 어르신을 위한 ‘만발공양’과 젊은 세대를 위한 ‘청소년 댄스경연대회’가 열린다. 6일에는 최근 인기가 급상승한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공연도 있다. “대중과 함께”라는 창건이념을 제대로 반영한 셈이다.

통도(通度)에는 ‘모든 진리에 회통해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지역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모든 방편을 동원해 모두를 행복하게 하려 했던 자비사상의 본질적 표현이다. 통도사 개산대재가 한 사찰을 넘어 한국 불교 전체의 소중한 행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문 스님은 “좋은 전통을 새롭게 드러내고 더욱 발전시켜 현재에 머물지 않는 통도사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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