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 2주째 접어드는 돼지열병…‘남하 저지선’ 지켜낼까

뉴시스

입력 2019-09-30 18:05 수정 2019-09-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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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사례 사흘째 없어…방역대 밖으로 확산 안 돼
북한 거쳐 온 태풍 '링링' 전파요인 꼽는 전문가도
"국내 ASF 바이러스 잠복기 짧아…향후 일주일 고비"



치사율이 100%에 이르러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발생한 지 2주째에 접어들었다.

지난 27일 이후 현재까지 사흘째 추가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없었다. 최근 경기 양주시, 충남 홍성군 등 정부가 설정한 방역대 밖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확산 우려를 키웠지만, ASF는 아니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일종의 ‘남하 저지선’이 지켜진 셈이다.

방역 당국은 수도권을 포함한 경기와 강원 지역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삼고 계속해서 추가 확산을 막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제18호 태풍 ‘미탁’(MITAG)의 북상에 대비해 살처분 작업에도 서두른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홍성군 이후 추가로 접수된 ASF 의심 신고는 현재까지 없다.

주말새 국내 최대 축산 단지인 홍성에서 의심 사례가 접수되면서 불안감이 증폭됐지만, 최종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방역 당국은 한시름 놓게 됐다. 홍성 도축장에서 19마리의 돼지가 폐사한 것은 ASF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지난 28일 낮 12시 기준으로 전국에서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이 해제된 후 출하 물량이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충남도에 따르면 농가에서 도축장으로 출하돼 계류된 돼지가 밀집됐고 도축장에서의 환기도 불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부검을 진행해 보니 비장종대(비장의 용적이나 중량이 정상 범위를 넘어 증가하는 것)나 청색증 등 ASF로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났지만, 동물위생시험소에선 정상 판정을 내렸다”며 “ASF가 이미 국내에서 9건 발생한 상황이라 검사관이 보수적으로 판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ASF가 경기를 넘어 충남까지 확산되지는 않은 상황이라 방역 당국은 한시름을 놓게 됐다. 당국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미탁이 ASF 발생지에까지 영향을 주기 전에 살처분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까지 ASF가 발생한 9개 농장을 기준으로 3㎞ 반경 내 살처분 대상 돼지는 9만4384마리에 이른다.

발생지 중에선 가장 남쪽인 데다 확진 농가가 몰려 있는 강화군에서의 작업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화를 제외하면 2차 확진 농가가 위치한 파주에서 2곳(2013마리)만이 남았다. 강화에서의 살처분 대상 돼지 두수는 28호 농가 2만8000여두 정도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17호에서 1만1000두에 대한 살처분이 완료돼 진행률은 약 40%다.

방역 당국의 목표는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전 살처분 작업을 마치는 것이다. 태풍 미탁은 이르면 다음달 1일부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비바람 등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홍성에서 접수된 의심 신고가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ASF의 확산 범위는 정부가 설정한 방역대를 벗어나지 않게 됐다. 정부는 경기·강원 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유력한 전파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차량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으며 전국 취약 지역 농가 1494호를 대상으로 정밀 검사의 범위를 넓혔다. 현재까지 1065호에 대한 검사가 완료됐으며 강화군 송해면(24일 확진), 강화군 불은면(25일 확진) 이외 양성 판정을 받은 곳은 없다.

다만 당국은 아직 안심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발생지와 역학 관련이 있는 농가 및 방역대 내 농가 503호를 대상으로 한 정밀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파주와 연천 사례가 그랬듯 표본 추출 방식 등에 따라 추후 검사를 마친 지역에서도 추가 발병 가능성이 있다.

ASF 발생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양성 판정을 받은 돼지를 검사해 최초 감염 시기를 추정하는 작업도 필요한데, 이 역시 현재로선 진척이 없다. 오 국장은 이와 관련, “신고 시점에 따라 개체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한반도를 거쳐 갔던 당시에도 잠시 잠잠했다가 다시 김포를 시작으로 ASF가 확산된 바 있어 긴장을 늦출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명확한 유입 경로를 확정 짓지 못했다는 점도 변수다.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역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역학 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지만,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진 않았다. 바이러스를 보유한 잔반(남은 음식물) 급여, 해외 발생국 여행자가 들여온 축산 가공품, 야생 멧돼지 등 그간 지적돼 온 전파 경로는 ASF가 발생한 9개 농가 모두와 뚜렷한 교집합이 없었다.
일각에선 북한을 지나 우리나라를 덮친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을 주요 전파 요인으로 꼽는다. 바람이 반시계방향으로 불면서 북한 전역에 퍼져 있는 ASF 바이러스를 강화군 등 접경 지역에 집중적으로 옮겼다는 가설이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학장(교수)은 “태풍이 비바람의 형태로 식물의 씨앗이나 곤충알을 유포하듯 돼지 사체에서 나온 부스러기나 잔존물 등을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 농장 바닥에 떨어진 것을 사람이 밟고 축사로 들어가면 전파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ASF가 발생한 9개 농장이 모두 링링이 거쳐 간 범위 내에 있어 그것 외에 다른 요인으로는 감염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천수를 통한 유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환경 당국이 진행 중인 조사는 실효성이 없다고 우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강물이 유입 경로라면 임진강 남쪽에서 멧돼지 사체가 많이 발견됐어야 했는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멧돼지가 감염된 사실이 없지 않냐”며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SF의 전국적인 확산 여부를 따지는 덴 향후 일주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병원성(급성) ASF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5~7일로 저병원성보다 짧다”며 “앞으로 일주일간 계속해서 잠잠하다면 어느 정도 잦아드는 단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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