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집안 싸움에 등터진 사보텐

서동일 기자

입력 2019-09-30 03:00 수정 2019-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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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달 중순 영업중단 위기 왜?

돈가스를 깻가루와 소스에 함께 찍어 먹는 방식으로 유명해진 일식 돈가스 전문점 ‘사보텐’이 이르면 다음 달 중순부터 영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과 관계사 ‘캘리스코’의 오너 남매 간 법적분쟁 때문이다. 구본성 아워홈 대표와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1남 3녀 중 장남과 막내딸이다. 구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셋째아들이다.

양측의 갈등에 사보텐 가맹점주와 종업원 등 관계자 1500여 명은 영업 중단이 현실화되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불안하게 법적 분쟁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 “사보텐 영업 중단 위기”


남매간 갈등은 올해 3월 구본성 대표의 아워홈이 사보텐 브랜드를 운영 중인 구지은 대표의 캘리스코 측에 ‘거래 종료’를 통보하며 시작됐다. 아워홈은 약 10년 동안 돈가스 소스, 장국 소스 등 각종 식자재 상품과 정보기술(IT) 전산시스템 서비스 등을 캘리스코에 공급해왔다. 이에 캘리스코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식자재 등의 공급 중단 조치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캘리스코 측은 “아워홈의 캘리스코 지분은 약 4%에 불과하지만 사보텐이 아워홈 사업의 일부였다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사실상 ‘종속기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업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아워홈이 공급하고 구매 및 물류 업무까지 대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워홈이 공급을 중단한다면 사실상 사보텐은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캘리스코 측은 급히 대체 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이전과 동일한 맛을 내기 어렵고, 자체적인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데까지는 수년이란 시간과 수십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워홈이 일본 사보텐 브랜드와 기술 제휴 및 브랜드 도입 계약을 맺은 것은 2001년이다. 2004년경부터 구매식자재사업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치며 아워홈 경영에 참여한 구지은 대표는 2009년 사보텐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캘리스코를 설립했다. 이후 구지은 대표는 사보텐 외에도 패스트푸드 브랜드 ‘타코벨’ 등 사업을 확장하며 캘리스코를 매출 900억 원, 종업원 1800여 명(지난해 기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캘리스코는 돈가스 메뉴, 소스 레시피 등 연구 및 생산 관련 핵심 사업들을 아워홈에 의존해왔다. 자체 가공공장이나 독자적인 연구개발(R&D) 조직이 없다. 캘리스코에서 전국 60여 개 사보텐 매장에서 모은 메뉴 피드백을 전달하면 아워홈이 추가 연구를 진행해 제품을 개발하고 보완하는 방식이었다. 그동안 아워홈은 사보텐의 메인 메뉴인 돈가스와 샐러드 소스뿐 아니라 돈가스용 고기 가공까지 독점적으로 맡아 왔다.


○ 구본성-구지은 남매간 분쟁 점화되나


아워홈 측은 캘리스코와의 계약 내용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의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왔고, 현재 재계약 전 개선사항을 검토하고 논의해 보자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캘리스코 측에서 회신이 없었다”며 “일방적인 거래 종료 통보 등 캘리스코 측 주장은 실제와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 경영을 독점하려는 오빠는 일정 지분을 보유한 나와 둘째언니를 경영권 안정의 불안요소로 보고 있다”며 양사 간 법적 분쟁의 배경에는 ‘경영권 갈등’ 요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 지분 20.67%를 보유하며 구본성 대표(38.56%)에 이어 2대 주주다. 장녀 구미현 씨가 19.28%, 차녀 구명진 씨가 19.60%를 보유 중이다.

구지은 대표는 “일방적 거래 종료를 통보받은 시기는 아워홈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구본성 대표의 아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이사 보수를 높이는 문제 등으로 대립하던 시기였다”며 “이에 이의를 제기하자 갑자기 거래 종료의 이유와 시기, 법적 근거에 대한 언급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급을 끊겠다고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스코 측은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신청서에서 “구본성 대표는 그의 배우자와 아들까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시켜 보수를 지급받도록 하는 등 독단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워홈 측은 “캘리스코 측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 이후 공식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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