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니 스타”… KLPGA투어 ‘새 얼굴 돌풍’

정윤철기자

입력 2019-09-30 03:00 수정 2019-09-30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왼쪽부터)박교린, 이승연, 임희정, 조아연, 유해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새 얼굴 돌풍’이 거세다.

22일 끝난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까지 2019시즌 22개 대회에서 올해 1부 투어를 처음 경험한 선수들이 6승을 합작했다. 조아연(19·볼빅)이 국내 개막전이었던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이승연(21·휴온스), 유해란(18·SK네트웍스), 임희정(19·한화큐셀·2승), 박교린(20·휴온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금까지 KLPGA투어에서 신인 우승은 2005년과 2014년의 5승이 최다였다. 1부 투어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당찬 신인들은 강한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선배들과 맞서고 있다.

2000년에 태어난 ‘밀레니엄 베이비’ 임희정과 조아연은 KLPGA투어를 이끌어 갈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신인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2승을 달성한 임희정은 올 시즌 KLPGA투어 하반기 ‘돌풍의 핵’이다. 시즌 개막 후 17개 대회에서 우승이 없었던 임희정은 지난달 25일 강원 정선 하이원CC에서 끝난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13언더파 275타로 첫 우승을 달성했다. 대회장 인근인 강원 태백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코스 사정에 밝은 장점을 활용해 값진 승리를 낚았다. “상금을 차곡차곡 모아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던 그는 기세를 몰아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같은 팀 선배 김지현(28·한화큐셀)과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임희정은 신인답지 않은 배짱을 바탕으로 1.2m짜리 버디를 낚으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는 “나는 항상 내 위에 최소 3타 앞선 선수가 있다는 생각으로 플레이를 한다. 쫓아가는 입장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모든 샷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 한다”고 말했다. 임희정의 꿈은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이다. “골프 선수로서 가장 큰 목표는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라는 포부를 자신 있게 밝힌다.

올 시즌 신인 가운데 가장 먼저 우승을 경험한 조아연은 밝은 미소가 인상적이어서 ‘스마일 골퍼’로 불린다. 아버지로부터 “너는 그렇게 치고도 웃음이 나와?”라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활발한 성격인데 엉뚱한 면도 있다. 팬들이 조아연을 떠올릴 때 미소가 지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한다.

중학교 2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됐던 조아연은 지난해 9월에 출전한 월드 아마추어 팀챔피언십 개인전 우승으로 KL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한 뒤 2019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 예선 1위, 본선 1위를 휩쓸며 수석 합격해 돌풍을 예고했다.

조아연은 프로 첫 시즌임에도 장기인 정교한 아이언샷을 바탕으로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조아연은 평균타수 2위(70.6051타)에 올라 있다. 꾸준함의 비결은 강한 체력이다. 조아연은 “어릴 때부터 달리기와 줄넘기를 꾸준히 했다. 지금도 줄넘기 3000번은 30∼40분이면 거뜬하다”며 “부담이 큰 신인 시즌이지만 즐겁게 생활하려고 한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조아연이라는 이름으로 갤러리 앞에 당당히 서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승연과 박교린도 KLPGA투어의 우승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승연은 4월 김해 가야CC에서 열린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드림 투어(2부 투어) 상금왕(1억1800만 원) 자격으로 올해 정규투어에 데뷔한 이승연은 장타력(드라이브 비거리 252.5682야드·4위)이 인상적이다. 160cm의 단신임에도 파워가 넘치는 그는 ‘작은 거인’으로 불리고 있다. 이승연은 “너무 오고 싶었던 정규투어였다. 의미가 큰 시즌이다. 초반에는 다시 2부 투어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고, 예선만 통과하자는 마음이었지만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다. 많은 갤러리 앞에 설 기회는 흔한 게 아니다. 이왕이면 매 순간을 즐기면서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드 순위전 21위로 올 시즌 1부 투어를 밟은 박교린은 8일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CC에서 끝난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이 대회는 태풍 ‘링링’의 영향 탓에 36홀 대회로 축소됐는데 박교린은 이틀 연속 그린 적중률 100%를 기록하는 등 쾌조의 샷 감각을 선보이며 정상에 올랐다. 그는 “첫 우승에 행운이 따른 것은 맞다. 하지만 기회가 오면 반드시 더 우승해 (첫 우승이) 행운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해란은 초청 선수 자격으로 참가한 자신의 올해 첫 1부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반기 첫 대회 8월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2라운드까지 10언더파 134타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에 오른 그는 태풍 ‘레끼마’의 영향으로 잔여 라운드가 취소되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해 3월 프로로 전향한 유해란은 이 대회 우승으로 내년 시즌까지의 1부 투어 출전 자격을 얻었다. KLPGA투어 관계자는 “유해란은 삼다수 마스터스 이후부터 투어 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1부 투어 한 시즌 50% 이상 출전 조건을 갖추지 못해 올해 신인상 후보에는 오를 수 없고, 다음 시즌에 신인상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