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 손정의의 굴욕?…위워크·우버 고전에 ‘비전펀드2’ 위기론

뉴시스

입력 2019-09-27 17:46 수정 2019-09-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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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수십억달러 상각 가능성도"
"비전펀드는 이미 죽었다"는 평가 나와



비전펀드를 통해 정보기술(IT) 기업에 1000억달러 규모의 돈을 쏟아부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기업들이 줄줄이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내면서 투자자들은 거대 IT 기업을 둘러싼 손 회장의 야망을 향해 의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CNN은 보도했다.

손 회장은 중국 알리바바에 투자해 거액의 이익을 거둬 투자의 귀재임을 입증했다. 1999년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馬雲) 당시 회장과 단 5분간의 면담 뒤 투자를 결정한 건 손 회장의 결단력을 보여주는 일화로 유명하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손 회장의 투자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비전펀드 1호를 설립해 세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 기업용 메신저 업체 슬랙,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지분을 사들였다.
CNN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 비전펀드의 수익이 110억달러(약13조원)를 넘었다고 집계됐지만 분석가들은 이제 자산의 가치를 낮춰잡고 소프트뱅크가 수십억달러를 상각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비전펀드2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손 회장이 “차세대 알리바바”라며 고평가한 위워크는 기업공개(IPO)를 미룬 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술기업이 아니라 부동산 중개업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창업자 아담 노이만은 24일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놨다. 최대 투자자인 손 회장이 노이만의 퇴진을 주도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지난해 16억달러 손실을 낸 위워크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 소유주와의 신규 임대 계약 체결을 중단하고 지난해 산 제트기도 매물로 내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보도했다.

투자그룹 CLSA와 번스타인리서치에 따르면 비전펀드와 소프트뱅크는 2년 동안 위워크의 모기업인 위컴퍼니에 110억달러를 투자해 27~29%의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 1월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의 기업가치를 470억달러로 보고 투자했지만 잠재적 투자자들은 그 수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1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슬랙 주가는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산정한 참조가격(reference price)과 비교해 25% 떨어졌다. 비전펀드는 슬랙 지분 7.3%를 갖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최대 주주로 있는 우버의 주가는 5월 상장 이후 쭉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분석가 아툴 고얄은 6월말 이후 우버의 기업가치가 30% 하락해 이번 분기 비전펀드는 39억달러 손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CNN은 위워크를 둘러싼 논란은 소프트뱅크가 눈에 띄는 지배구조 문제를 가진 회사에 수십억달러를 기꺼이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인 스콧 갤러웨이는 이는 비전펀드2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전펀드2는 이미 죽었다. 비전펀드를 둘러싼 소프트뱅크의 어떤 논의도 선전(propaganda)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버와 위워크에 대한 200억달러 투자로 비전펀드가 “손상됐다”며 “이들 중 한 회사만 재채기해도 거기에 투입된 막대한 자본금 규모 때문에 비전펀드가 감기에 걸린다”고 짚었다.

CNN은 비전펀드가 80여개 기업에 투자했지만 대부분 사적으로 운용되고 있어서 펀드의 투자 현황을 분명하게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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