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가을 전세시장…극심한 전세 선호 현상

뉴시스

입력 2019-09-27 05:31 수정 2019-09-2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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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일 기준 9월 전세비중 80% 육박…전세대란 이후 최대
금천·광진·용산·성북·노원 등 12곳, 전세선호비중 평균 웃돌아
공급 많지만 수요 늘어 상쇄…현장 "공급대비 수요 부족" 체감
전문가 "국지적 전셋값 불안 나타날 수도"…지속성 여부는 엇갈려



가을 아파트 전세 시장이 심상찮다. 예년 대비 전세 선호 현상이 극심해져서다.

높은 집값에 내 집 장만이 쉽지 않은 시장 환경도 있지만,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등을 앞두고 청약 대기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미 공인중개사무소 현장에서는 가을 이사 철에 접어들면서 전세 수요 급증을 체감하고 있다. 수도권 새 아파트 입주와 임대주택 사업자 증가 등으로 시중에 전세 공급이 늘고 있지만, 수요 증가가 공급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전세 공급은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 지속 증가하겠지만, 지역에 따라 국지적인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까지(1~26일) 확정일자를 신고한 9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3608건(거래일 기준)으로, 이 중 78.1%(2818건)가 전세 거래다. 지난해 9월 거래일 기준 전세거래 비중 73.7% 대비 4.4%포인트 높다.

아직 9월이 다 지나지 않았고, 거래 신고기한도 남아 있어 확정치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가을 이사 철이 이제 막 시작된 상황에서 전세 거래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국 평균(약 60%)에 비하면 20% 이상 높은 상황이다.

가장 최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서 전세 비중이 80%에 육박한 것은 지난 2012~2013년 전세대란이 마지막이다. 9월 현재까지 집계한 전세 거래의 비중은 2013년 3월(78.7%) 이후 가장 높다.

또 이날 현재까지 확정일자를 신고한 올해 7월 거래량의 전세 비중이 73.7%, 8월 전세 비중이 71.2% 등인 점을 고려하면 가을 이사 철 개막으로 최근 들어 전세 거래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절반에 가까운 12곳이 80%를 넘겼다. 금천구(88.5%)가 가장 전세 거래 비중이 높고, 이어 광진구(87.7%), 용산구(84.9%), 성북구(84.2%), 노원구(83.5%) 등 순이다. 또 은평구(82.8%), 영등포구(82.6%), 강서구(81.1%) 등도 서울 평균을 웃돈다.

전세 수요 증가의 영향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5% 올라 전주(0.04%) 대비 오름 폭이 확대됐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도 0.08% 올라, 지난해 10월 넷째 주(0.08%)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공급도 함께 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12월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2434세대로, 최근 5년 평균 대비 19.3% 많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 올해 초 헬리오시티와 같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면서 주변 전셋값이 약세를 나타내는 효과가 있다.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도 예년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8월 기준 1721명이 신규 등록하며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분양 대기수요로 ‘전세 눌러앉기’가 나타나고, 서초·강남구 등 재건축 철거 이주 수요가 생기면서 공급 증가분을 상쇄하고 있다.

특히 9월 이후 서울 강동구 4932세대 대단지 아파트가 신규 입주를 시작했지만 이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보합권에 머무르며 풍부한 전세 수요를 확인했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아파트 매매가격까지 들썩이면서, 오히려 집주인들이 재계약 시 보증금을 높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미 현장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체감하는 공급 대비 전세수요 증가세는 매우 높다.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전세수급동향지수는 144.6를 기록해, 최근 2년 내 최고치다. 이 지수는 주택 공급-수요 상황을 0~200 사이의 숫자로 나타낸 것인데, 기준치(100)보다 위면 수요(매수자)가 공급(매도자)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도 같은 주 기준 135.2를 기록 중이다.

다만 전세대란이 재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시 나타난 전세난은 저금리의 영향으로 시중에 월세 매물이 늘어난 반면, 수요자들은 전세를 선호하면서 생긴 미스매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이후 임대주택 사업 활성화 대책 등을 통해 전세 공급물량을 늘렸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비교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수도권 전세시장의 국지적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최근 수도권에 나타난 전세시장의 불안이 얼마나 지속될지 시각이 엇갈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을 이사 철도 내달 초면 끝물”이라면서 “머지않아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눈에 띄는 전셋값 하락요인은 많지 않지만 부동산114 기준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11년 만에 최고치인 4만3000가구고 내년에도 4만1000가구에 이른다”면서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가을 이사철이 끝나면 전세시장 불안은 다소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이 평년보다 많기 때문에 전셋값이 보합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면서도 “최근 전세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신규 아파트 입주에 따른 공급의 약발이 떨어지고 지고 있어 당분간 국지적으로는 불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의 경우 “물량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그동안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전셋값에 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금리 인하 기대감, 청약 대기수요 증가 등 상승 압력을 넣을 요인들이 많다”면서 “내년 초 겨울 방학 이사철까지 서울 거주 선호 지역은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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