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정열]소재-부품-장비산업, 플랫폼 산업과 함께 키워야

유정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입력 2019-09-27 03:00 수정 2019-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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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무역주의와 통상 분쟁,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우리를 둘러싼 경제 여건을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어느 하나 쉬운 주제가 없을 정도로 대외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에 더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로 정부와 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두 달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정부와 업계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구체적 실행에 매진 중이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여건이 어렵고 시급한 현안이 많은 때라도 단기적인 과제에만 매몰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소재·부품·장비 공급 안정화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을 이을 차세대 산업군 발굴도 병행해야 한다.

플랫폼 산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일 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수요처이자 혁신을 견인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나 스마트폰만 보더라도 플랫폼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완성차는 소재·부품산업의 성장을 앞에서 이끌고, 소재·부품산업은 완성차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왔다. 지난해 GM이 한국을 떠나지 않은 결정적 이유도 우수한 부품 생태계 때문이다. 완성차사는 13만 명, 부품사는 26만 명을 고용하며 각각 우리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산업이 됐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이을 거대 먹거리 산업은 무엇일까. 2차전지, 로봇, 바이오 등 여러 후보군이 있으나 그중 하나로 ‘날아다니는 자동차(flying car)’라고도 불리는 도심형 비행체가 거론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무관 시절, 이에 대한 지원을 생각한 바 있었다. 그런데 20년 이상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도심형 비행체 개발을 위해 민관 산업발전 협의체가 발족되고, 실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고무됐다.

2040년경 도심형 비행체에는 티타늄보다 가벼운 소재, 전기 동력을 위한 전기 모터와 2차전지, 자율비행기능에 필요한 항법장치 등 최첨단 소재 부품의 집합체가 될 것이며, 이는 소재·부품·장비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최첨단 소재 부품은 그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타 산업으로 파급효과가 매우 커 소재 부품 자체만으로도 고부가 효자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심형 비행체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로봇같이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도래할 미래 플랫폼 산업을 육성 초기단계부터 소재·부품·장비산업과 함께 도모해 나간다면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진정한 산업 강국이 되지 않을까.

유정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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