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앞에서 벌벌 떨던 아기고양이 입양 보내느라 꼬박 새운 이틀

노트펫

입력 2019-09-25 15:09 수정 2019-09-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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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이모가 너 구조 하느라 정말 정말 힘들었어. 엉엉"

건물 앞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새끼 고양이에게 새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이틀을 꼬박 세운 랜선 집사가 있다.

지난 2일 부산의 한 건물 앞. 비바람이 들이치고 있는 곳에 아기양이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있었다. 그 옆에는 먹지도 못할 우유가 놓여져 있었다.

건물에 들어가다 이를 발견한 가영 씨. 곧 어디로 가거나 혹은 돌보는 이가 있겠거니 했지만 일을 보느라 수차례 왔다갔다해도 그 녀석은 그 자리에서 떨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새인가 누군가가 수건과 박스를 그 옆에 가져다 놓은 게 보였다. 아마 있을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덜 춥게 있으라는 뜻이었을 테다. 가영 씨는 비 맞지 말라고 우산을 가져다 앞에 씌워줬다.

하지만 주인은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저체온증까지 우려된 아기 고양이. 가영 씨는 사정상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었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혹시 키워줄 사람이 없을까 알아보기로 했다.

어떤 결말을 낳게 될 지 뻔한 동물보호소는 처음부터 리스트에 두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 낸 것이 SNS에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었다.

임시보호처만이라도 구할 수 있겠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반려동물 커뮤니티란 커뮤니티 모두에 글을 게시했다. 가영 씨의 따뜻한 마음씨가 통한 것인지 우유, 수건, 박스, 우산까지 씌워져 있는 것을 본 이들 가운데 잠시지만 맡아 주겠다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렇게 임시보호 중개가 시작됐다. 가영 씨는 연락이 온 첫번째 임시보호자에게 그 녀석을 데려가 맡겼다. 첫번째 임시보호자 역시 사정상 오래 데리고 있을 수 없었고 중개를 시작한 가영 씨도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연락이 닿은 두번째 임시보호 희망자와 첫번째 임시보호자가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고, 두번째 임시보호 이후를 대비했다. 그렇게 이틀이 흘러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임시보호자를 찾아야 하나 걱정이 산더미가 같았던 그때 입양희망자가 나타났다. 가영 씨의 글을 본 지인이 선뜻 입양을 희망했다. 이미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고 있던 지인은 유기묘 입양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이 사연을 듣고선 데려가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이렇게 가영 씨의 임보 중개는 입양 중개로 이어졌고, 셋째날 이 녀석은 평생 살게 될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더불어 SNS에 들어온 문의에 답하며, 녀석이 잘 있는지 확인하면서 하얗게 불태운 이틀간의 아기 고양이 구조 입양기도 막을 내렸다.

20여 일이 흐른 지금 덜덜 떨고 있던 이 녀석은 심바라는 이름으로 한 가족의 일원이 됐다. 두 마리 고양이들과의 합사에도 성공했단다.

종종 날아오는 심바의 근황은 가영 씨에게 뿌듯하고도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중이다.

가영 씨는 "심바는 따뜻한 사람의 품과 집을 좋아해서 새 주인에게 꼭 붙어 있는다"면서 "이젠 행복한 추억들만 계속 만들면서 예쁘게 잘 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을 탔던 흔적으로 봐서는 누군가 우유와 함께 그 자리에 놓고 간 것"이라며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진심으로 사랑해줄 자신이 없다면 절대로 데리고 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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