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맞은 국제유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건혁 기자

입력 2019-09-26 03:00 수정 2019-09-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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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더 오를 것”“곧 안정 되찾아”
사우디 유전 피격에 전문가 전망 엇갈려
변동성 확대되며 수익 창출 여지 많아
원자재 펀드 등 단기투자가 적절할 듯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시설이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사우디가 생산 설비를 빠르게 복구하고 있고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국제유가는 점차 안정되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어려워 유가가 재차 출렁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움직임이 커지자 관련 상품 투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수익을 낼 여지가 많아졌다며 상장지수증권(ETN)과 파생결합증권(DLS), 원자재 펀드 등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변수가 많아 예측이 어렵다며 단기 투자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유전 피격 “국제유가 더 올라” vs “곧 안정” 전망 엇갈려

국제유가는 사우디 동부 원유 정제시설과 유전이 공격받은 직후인 16일(현지 시간) 하루에만 14.68% 뛰어오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사우디 일일 원유 생산량의 약 50%에 해당하는 570만 배럴의 생산이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 등 일각에서는 시설 복구가 지연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사우디 정부가 즉시 “이달 말까지 생산시설을 완전 복구하겠다”고 밝히면서 WTI는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이란을 배후로 지목한 미국이 군사적 보복 조치 대신 경제적 제재에 무게를 두면서 중동 지역 긴장도 다소 완화되고 있다.
드론 공격을 받아 불타는 유전. 사우디 정유 시설이 다시 공격을 받거나,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본격화되면 국제유가의 상승세에 불이 붙을 수 있다. 동아일보DB

다만 중동 지역 갈등의 씨앗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단 점에서 국제유가가 다시 올라갈 요인도 남아 있다. 사우디 정유 시설이 다시 공격을 받거나,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본격화되면 국제유가의 상승세에 불이 붙을 수 있다.

외신들은 공급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에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은 배럴당 58.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64.58달러에 마감했다.


ETN, DLS 등 투자 상품 다양… 변수 많아 단기 대응이 유리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관련 상품도 주목을 받고 있다. 원유 관련 ETN은 WTI 원유에 투자하는 대표적 상품이다. ETN은 개별 종목,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해 지수를 만든 것으로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현재 5개 증권사에서 발행한 원유 관련 ETN은 16개에 이르며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것으로는 WTI와 브렌트유, 원유 관련 인프라 등이 있다. 원유 ETN은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상품과 함께 유가가 오르면 수익이 배로 늘어나는 레버리지, 유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이 나는 인버스 등이 있다. 다만 원유가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시차에 따른 가격 차이가 발생하며 거래 수수료도 일부 발생하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WTI나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도 원유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DLS는 주가연계증권(ELS)과 마찬가지로 국제유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률과 함께 투자금을 조기상환해주는 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원유 등 커머디티(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와 DLB(파생결합사채)의 발행규모는 4100억 원으로 2017년 3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전에는 국제유가만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DLS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국제유가와 주가지수를 함께 기초자산으로 묶어 연 5∼10% 수익률을 제시하는 ‘하이브리드형 DLS’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원유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있다. 다만 펀드의 경우 원유에만 투자하기보다는 천연가스, 광물 등 다른 원자재에 함께 투자하거나 원유 생산 기업 및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 전에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사우디의 원유 생산이 빠르게 회복되면 유가가 계속 오르기는 쉽지 않다”며 “국제유가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하기에는 위험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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