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삼성디스플레이에 13조 투자…중국과 격차 벌리나

서동일기자 , 김현수기자

입력 2019-09-24 19:42 수정 2019-09-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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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니면 내리기 힘든 결정이다.”

24일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음달 10일 충남 아산시 탕정사업장에서 퀀텀닷(양자점·QD) 디스플레이에 13조2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TV용 대형 디스플레이 투자로는 사상 최대규모로 삼성이 2017년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13조5000억 원 투자를 단행한 것과 맞먹는다.

이 관계자는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고심이 깊었지만 최근 폴더블 폰인 ‘갤럭시 폴드’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을 보고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한 점도 투자 결정에 한 몫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삼성이 투자를 발표하는 당일 행사장에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각계 고위 인사들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 이재용 부회장, 비메모리에 이어 ‘통큰 투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News1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 투자결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왜 한국인지, 왜 대형 디스플레이인지, 왜 지금인지 등 다양한 내부 논란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 과감하게 대규모로 투자하겠다는 건 의미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7일 이 부회장은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을 찾아가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기술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투자를 공식화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TV용)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실적이 부진한 디스플레이 임직원을 독려하는 의미도 담겨있었다.

이 부회장은 4월에 시스템반도체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며 10년간 13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 QD 디스플레이에 대규모로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앞으로 인공지능(AI), 5G(5세대) 통신 등 기존 시장을 뛰어넘는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 중국과 격차 벌린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News1

이번 QD 디스플레이 투자 결정은 기존 LCD 사업의 수익성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55인치 LCD 패널 가격은 현재 전년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올해 말까지 LCD 패널 가격 하락세가 지속돼 55·65·75인치 등은 10% 이상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중국의 LCD 공세로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연간 1조 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다”며 “LG는 OLED에 선제 투자했고 삼성도 QD 투자로 중국과 차별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의 대표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가 중소형 OLED를 만들고 있지만 애플이나 화웨이는 최고급 스마트폰에 삼성 제품을 쓰고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까지 기술을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많다는 뜻이다.

증권가는 13조 원이 넘는 투자규모로 볼 때 삼성은 탕정사업장에 있는 8.5세대 LCD 라인 전체를 퀀텀닷 디스플레이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QD OLED 디스플레이의 시범 양산이 이르면 2021년 5월경부터 시작되고, 2022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QD 디스플레이는 2~10나노미터(nm)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을 소자로 활용한 첨단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퀀텀닷은 입자 크기가 작으면 파란색을, 크기가 크면 빨간색을 나타내는 등 입자 크기를 통해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며 “다양하고 순도 높은 빛을 발광한다는 점에서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태양전지, 바이오센서, 양자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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