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부작용 큰데… 복합몰 출점까지 제한하겠다는 정부

김현수 기자 , 허동준 기자 , 강승현 기자

입력 2019-09-24 03:00 수정 2019-09-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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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스타필드’ ‘롯데몰’ 같은 복합쇼핑몰 출점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실상 대형 유통점의 출점을 막을 수 있도록 정부 훈령을 바꾸기로 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야당이 반대하자 국토교통부 훈령을 바꿔 규제에 나서려는 것이다.

23일 당정청은 국회에서 ‘을지로 민생 현안회의’를 열고 복합쇼핑몰 출점을 규제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수립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도시계획을 세울 때 특정 구역에 대형 유통점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유통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마당에 복합쇼핑몰마저 규제한다면 사실상 기업 활동을 접으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대규모 점포 규제 효과와 정책 개선 방안’ 보고서를 내고 “대규모 점포 규제는 공격적으로 점포가 확장돼 전통시장 상인들이 생존권을 걱정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미 온라인쇼핑몰이 대형마트보다 커진 시대에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에 대한 일방적인 규제안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이미 출점 규제 강한데 또 겹겹 규제”

복합쇼핑몰의 출점이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규제된다면 사실상 복합쇼핑몰이 새로 들어서기 어려워진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홍근 의원은 “이마트, 홈플러스는 기존 법에 따라 규제가 됐는데 그보다 더 규모가 큰 복합쇼핑몰이나 (규모가 작은) ‘노브랜드’ 쇼핑몰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골목 상권에 진출하고 있다”며 정부 훈령을 고쳐서라도 규제하려는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재 상생 규제만으로도 유통업은 이미 출점이 어려운 상태다. 대기업이 관여된 유통점이라면 지자체가 도시계획을 세울 때부터 모조리 막겠다는 의도로 읽히는데, 이는 명백히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실제 롯데쇼핑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 복합쇼핑몰을 지으려고 2013년 서울시로부터 터를 매입했지만 6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지역 상인들과 상생 합의가 불발됐다며 서울시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이 “소비자 편의를 위해 지어 달라”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롯데마트 포항두호점은 2013년에 건물까지 다 지었는데도 아직 개장을 못 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총 39개)이 통과되면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의무 휴업을 해야 한다는 점도 큰 문제다. 어떤 개정안에는 규제 대상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이 운영하는 쇼핑몰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기업들이 2012년 대형마트 규제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복합쇼핑몰이나 자체 브랜드(PB) 중심의 할인점을 내자 이를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온라인 111조 vs 대형마트 33조


“왜 우리가 아직도 골목상권의 ‘주적’인 건가요?”

이날 한 대기업 유통사 임원은 “대형마트 판매액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의 3분의 1도 안 된다”며 “우리도 쿠팡, 컬리 같은 신생 온라인 업체와 무한경쟁하며 생사를 오가는데 왜 대기업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유통만 규제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판매액은 33조5000억 원이었지만 온라인쇼핑몰은 111조8000억 원이었다. 심지어 상반기(1∼6월)에는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을 모두 합친 판매액이 온라인 거래액에 못 미쳤다.

규제로 발목에 쇠사슬을 달고 뛰는 대형마트는 벼랑 끝에 놓여 있다. 이마트의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손실은 299억 원이었다. 이마트가 분기 적자를 낸 것은 2011년 5월 ㈜신세계에서 분리해 이마트를 신설한 이후 처음이다.

이 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유통산업은 발전은커녕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허동준·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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