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 가스터빈 세계 5번째 개발… 글로벌 기업 코 눌렀다

창원=배석준 기자

입력 2019-09-20 03:00 수정 2019-09-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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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창원서 초도품 조립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18일 경남 창원시 본사 터빈공장에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18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의 터빈공장에서는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초도품 최종조립 행사가 열렸다. 한국이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와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5개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된 현장이었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로 터빈을 돌려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이날 공개된 65t 규모의 대형 가스터빈의 로터(압축기와 블레이드로 구성된 터빈의 중심축)는 크레인으로 집어 발전용 가스터빈의 덮개 안으로 옮겨졌다. 무게 320t, 길이 11m, 높이 5m 규모의 거대한 발전용 가스터빈이 6년 만에 사실상 완성된 것이다. 가스터빈은 4만여 개의 크고 작은 부품으로 조립된다. 핵심 부품인 블레이드는 450여 개가 필요한데 개당 가격이 중형차 한 대 가격에 이른다.

2013년에 이 사업에 뛰어든 두산중공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총 1조 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했다. 이 가스터빈은 설계자립화 100%, 부품 국산화율 90% 이상을 달성했다.

발전용 가스터빈의 국산화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이탈리아 가스터빈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하지만 최종 단계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가스터빈은 국가 전략사업”이라며 해외 기업의 M&A를 막았다.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다른 글로벌 기업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제트엔진이 개발됐는데 그 당시 제트기를 운영하지 못한 국가가 가스터빈을 개발하기 힘들 것”이라고 기술이전조차 해주지 않았다. 가스터빈 기술은 제트엔진 기술의 토대 위에서 발전했기 때문이다.

직접 개발로 눈을 돌렸으나 만만치 않았다.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발전용 가스터빈은 1500도 이상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고온에서 견딜 ‘초내열 합금 소재 기술’로 20년 이상 운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터빈 회전체의 회전속도는 마하 1.3에 이른다. 머리카락 두 가닥이 움직여서 생기는 미세한 진동만 발생해도 셧다운을 시켜야 할 정도로 민감한 고정밀 기계다.

복잡한 형상의 고온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 주조’ 능력, 대량의 공기를 압축하는 ‘축류형 압축’ 기술,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는 ‘연소기 기술’ 등도 필요하다. 이광열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개발 상무는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보다 훨씬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첫 발전용 가스터빈이 조립을 마치고 올해 성능 시험에 들어가 성공하면 270MW(메가와트)로 25만 가구에 전력을 보급할 수 있다. 해당 가스터빈은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500MW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목진원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2026년 이후 국내외 발전용 가스터빈 수주를 통해 연 매출 3조 원, 연 3만 명 이상의 고용 유발 효과를 창출하는 주요 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원=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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