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육아과정 공개, 보기 불편” vs “남의 일 참견은 월권”

신규진 기자

입력 2019-09-19 03:00 수정 2019-09-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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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셰어런팅’ 논란
소소한 육아 일상-후기 공유, 보편적 육아문화로 자리매김
배변-고열 아기 등 내밀한 사진… 일방적 공개에 적절성 시비



“이건 좀 아니지 않아?ㅋㅋㅋ”

두 자녀를 둔 신모 씨(35·여)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소소한 다툼을 벌였다. “짜증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중”이라는 글과 함께 올린, 치마를 입은 5세 아들의 사진에 댓글이 달렸기 때문. “귀엽기만 한데 왜 그러느냐”는 신 씨의 말에 한 지인은 “아이가 크면 싫어할 수 있다”며 논쟁을 벌였다. 신 씨는 “억울하지만 남들이 댓글을 볼까 두려워 사진을 삭제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육아를 공유하는 부모들의 SNS 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바 셰어런팅으로, 이는 공유라는 의미의 셰어(share)와 육아라는 의미의 페어런팅(paren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대부분 아이의 사생활 보호 필요성과 육아 방식의 적절성을 놓고 벌어지는 다툼들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SNS 특성상 제3자의 뭇매를 맞는 경우도 부지기수.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선 2년 전 아픈 아이의 얼굴과 함께 체온계를 인증한 부모의 글이 다시 논란이 됐다. ‘#40도’, ‘#고열버티는중’ 등 해시태그(#)가 달려 있는 이 글을 두고 “당장 아이를 들고 병원에 뛰어가도 모자랄 판” “이 정도면 아동학대” 등 누리꾼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물론 “응급실을 가는 게 답이 아니다” “남 육아에 참견하는 것은 월권이다” 등 부모를 옹호하는 의견도 첨예하게 맞섰다.

논란과 별개로, 셰어런팅은 국내에서도 보편적인 육아 문화로 자리 잡았다. SNS나 ‘맘카페’ 등을 통해 일면식도 없는 부모들이 소소한 육아 과정이나 후기를 공유한다. 이 같은 글들엔 대부분 ‘육아스타그램’ ‘××맘’ 등 해시태그가 달린다. ‘비건(vegan·동물성 식재료를 완전히 배제하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맘’ 이영진 씨(36)는 “블로그에서 비건 육아의 장점 등을 소개하고 레시피도 공유해 왔는데 최근 ‘애가 채식하고 싶다고 한 건 맞느냐’는 쪽지가 왔다”고 말했다.

셰어런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은 타 자녀의 내밀한(?) 사생활을 보지 않을 권리도 호소한다. 특히 ‘#배변훈련’ 등 키워드를 달고 변기에 앉아 있는 아이나 대소변을 담은 사진에 불만이 크다. 기저귀를 가는 동영상에 아이의 알몸이 그대로 노출된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인 박정민 씨(32)는 “결혼한 친구가 주기적으로 올리는 아이의 배변일지를 보기 싫어 팔로잉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에선 셰어런팅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2016년 캐나다 13세 소년이 “유아 시절 사진들로 내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부모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부모가 자녀의 유아 시절 사진을 자녀 동의 없이 게재할 시 벌금 4만5000유로(약 5927만 원)와 징역 1년에 처할 수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동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부모들은 자신이 올린 사진이 훗날 자녀의 장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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