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핀테크 펀드조성’ 발표장서… 토스 “증권진출 포기 검토”

장윤정 기자 , 남건우 기자

입력 2019-09-19 03:00 수정 2019-09-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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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대표 “당국 수행못할 案 제시… 인터넷銀 도전 멈출 수도” 불만
은성수 금융위원장 “아픈 말씀”… 거래소 상장 개선 등 청사진 발표
금감원 “이승건 대표 저의 모르겠다”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금융당국(금융감독원)에서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다. 증권업 진출을 막은 이슈가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이 분야 진출도 멈출 수밖에 없다.”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이 핀테크 육성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한 자리에서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가 금감원을 향한 불만을 갑자기 터뜨렸다.

18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증권업 진출 때문에 수백억 원을 투입하고 인재도 채용했는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며 “특별한 규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성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은 위원장은 “아픈 말씀을 해줬다”며 자세히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는 은 위원장의 취임 후 금융혁신과 관련한 첫 행사로 토스를 비롯해 레이니스트, 카카오페이, 핀다 등 주요 핀테크 업체 대표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금융위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더 많은 핀테크 유니콘 기업이 나타날 수 있도록 내년 3월까지 100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위해 3000억 원 규모의 핀테크 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 밖에 핀테크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거래소 상장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금융위의 정책 발표는 이 대표의 돌출 발언에 묻히고 말았다.

토스 측은 이 대표가 지적한 ‘수행할 수 없는 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며 함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신사업 인가를 자꾸 미루는 것에 대해 토스가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토스는 올해 5월 금융투자업 진출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넉 달째 인가 여부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토스가 해외자본에 너무 의존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3월 이후 진행됐던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서 토스 컨소시엄이 예기치 않게 떨어진 것도 양측의 갈등을 키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에도 토스는 신한은행이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자금력’ 부문에서 점수가 깎였는데, 이와 별도로 금감원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들이대 제3인터넷은행 출범을 지연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토스가 이날 공개적으로 불만과 쓴소리를 쏟아내자 금감원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누구보다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주고 싶었던 것은 우리”라면서 “금융투자업 심사도 절차대로 잘 진행이 되고 있는데 이 대표가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토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도 동행하고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는 등 당국의 ‘혁신 드라이브’에 큰 혜택을 받아온 측면도 있다”며 “우리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너무 당국을 압박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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