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몰리는 부동산펀드… 리스크 관리 경보음

이건혁 기자

입력 2019-09-19 03:00 수정 2019-09-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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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인기 과열 분위기에 우려 목소리




최근 자산가 김모 씨(58)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유럽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펀드를 추천받고 5000만 원을 투자했다. 김 씨는 “부동산의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고 중도 환매가 안 되는 점은 불안하지만, 요즘 부동산 펀드가 좋다고 하니 일단 넣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부동산 공모펀드가 1조4000억 원이 넘는 뭉칫돈을 빨아들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데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예·적금 금리마저 낮아지자 투자자들이 부동산펀드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면서 일부 상품의 경우 위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17일까지 공모형을 기준으로 국내 부동산펀드(3899억 원)와 해외 부동산펀드(1조127억 원)에 1조4026억 원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2조5923억 원)과 국내 주식형펀드(―8113억 원)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관투자가와 자산가들이 투자하는 사모형 부동산펀드까지 더하면 부동산펀드 자산 증가 폭은 더 커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 및 사모 부동산펀드 순자산은 올해에만 14조7681억 원이 늘어났다.

부동산펀드에 대한 관심은 증시 부진,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코스피는 연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1.50%로 낮췄으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로 부동산펀드를 선택하는 것이다. 백봉석 미래에셋대우 선임매니저는 “부동산펀드는 연 5∼6%의 배당수익률과 매매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방침을 발표한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정부는 연간 5000만 원 한도로 부동산 간접투자 배당소득에 9%의 세율을 분리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사모 위주였던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의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공모 부동산펀드나 상장형 리츠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펀드 인기가 과열되면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한 3200억 원 규모의 ‘JB 호주NDIS 펀드’는 호주 현지 운용사가 약속에 없던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약 3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자 KB증권은 호주 운용사와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신한금융투자 등이 판매한 4600억 원 규모 ‘독일 부동산개발 사모 파생결합증권(DLS)’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독일 헤리티지재단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은 현지 정부의 인허가를 받지 못해 사업이 지연돼 만기가 연장됐다. 손실 위험도 높아진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부동산펀드 인기가 높아지자 금융사들이 판매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후 관리와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외 부동산의 경우 투자 경험을 갖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지 운용사만을 믿고 펀드를 만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사들이 손실 위험은 줄이고 운용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부동산펀드 시장이 질적으로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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