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더 퍼질까’ 긴장감…인접 관리지역 확산 땐 90만마리 사정권

뉴시스

입력 2019-09-18 18:40 수정 2019-09-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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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발생농가 사이 접점 없어…'제3지역'서 발생할 수 있어 우려
17일 돼지고기 도매가격 ㎏당 5828원…하루새 32.4% 상승



치사율이 최대 100%에 달해 ‘돼지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7일 경기 파주시에서 국내 최초로 발생한 뒤 하루 만인 18일 연천군에서 2차 발생까지 이어지면서 경기 북부나 강원권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1·2차 발생지인 파주·연천을 포함해 포천·동두천·김포·철원 등 6개 시·군을 ASF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경기북부 지역에 일종의 방어선을 친 셈이다.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 지역에서 더는 (바이러스가) 나가지 않도록 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 지역에는 소독제인 생석회 살포량을 타지역보다 4배 늘리고 수의사나 사료업체 관계자 등 질병치료 목적 이외의 출입은 차단된다. 돼지반출금지 기간도 기존 1주에서 3주까지 연장된다.

6개 중점관리지역에 위치한 돼지 농가는 442호이고 이곳에서 기르는 돼지는 총 71만여 마리다. 정부는 앞서 중점관리지역을 포함해 강화·옹진·화천·양구·인제·고성·양주·고양 등 14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있는 농가는 624호이고 사육 돼지는 90만여 마리에 달한다. 만에 하나 인접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90만 마리가 위협 사정권에 놓이는 셈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1·2차 발생 농가에서 차량 이동 이력 등 역학관계가 있는 농가·시설이 전국 곳곳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1차 발생 농가가 ▲경기 251개소 ▲강원 60개소 ▲충남 13개소 ▲인천 3개소 ▲충북 1개소 등 총 328곳이고, 2차 발생 농가가 ▲경기 147개소 ▲강원 15개소 ▲충남 6개소 ▲전남 4개소 ▲경북 3개소 ▲인천 2개소 ▲충북 2개소 등 총 179곳이다. 농식품부는 해당 시설에 대해선 21일 이상 이동제한 조치를 걸고 임상검사에 돌입한다.

여기에 1·2차 발생농가간 서로 바이러스를 옮겼을 만한 뚜렷한 접점도 보이지 않다는 점도 긴장감을 키운다. 양 농가의 바이러스가 각자 다른 경로로 유입됐다면 이들과 무관한 제3의 지역에서도 언제든지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실장에 따르면 통상 역학관계를 따지기 위해 주로 파악하는 사항이 분노·사료 차량 등의 출입 이력인데, 이를 파악한 결과 1·2차 발생농가간 차량 이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추가 발생을 막는 데에는 기존 발생지의 감염 경로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점이 없어 ‘안개속’이다. 그간 농식품부는 ASF의 유입 경로로 ▲남은 음식물 급여 ▲해외 발생국 여행자가 들여오는 축산물 등 휴대품에 의한 전파 ▲야생 멧돼지를 통한 육로 전파 등을 지목하고 차단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이 확인된 농장들의 경우 그 어떤 경로도 뚜렷하게 들어맞지 않고 있다.

남은 음식물이 아닌 사료를 사용했고, 또 농장 주인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네팔인 4명이었는데, 이들 역시 최근 해외를 다녀오지 않았고 국제우편을 받지도 않았다. 네팔은 ASF 발생국도 아니다.

연천군 농가 역시 사료를 썼고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서도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농장에선 네팔인 4명과 스리랑카인 1명이 일했는데, 그 중 최근 출입국 이력이 있는 인물은 올 5월께 고국에 다녀온 네팔인 1명이다.

일각에선 여전히 북한에서 야생멧돼지가 남하해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멧돼지가 비무장지대(DMZ)의 철책을 뚫고 내려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 실장 역시 “현재까지 북에서 넘어온 멧돼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여기에 1·2차 발생 농가 모두 멧돼지를 막는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ASF는 공기중으로 전파되는 구제역과 달리 실제 접촉이 필요하다.

멧돼지가 아니더라도 감염 멧돼지의 사체를 먹은 조류의 부리나 털에 바이러스가 묻었다가 옮겨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류는 울타리로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1차 발생 농장의 경우 창문이 없이 밀폐된 곳이었지만 2차 발생 농장은 그렇지 않아 이 경로가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전국 확산 가능성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면서 일선 양돈농가는 일대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사람에겐 옮기지 않는 병이지만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농가에선 당장 수급상황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국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5828원으로 하루 전 4403원보다 32.4% 상승했다. 수도권 지역만 놓고 보면 6070원까지 올랐다. 대한한돈협회는 이날 언론을 향해 “여과없는 살처분장면 노출 등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한돈산업 타격이 우려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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