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본사와 달리 한국지엠 파업 끝내면?…“한국공장 다시 볼 것”

뉴스1

입력 2019-09-17 08:02 수정 2019-09-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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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9일 전면 파업에 돌입한 한국지엠(GM) 부평공장의 모습. /뉴스1 © News1

“미국 GM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지엠 노사가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상생의 힘을 모은다면, 글로벌 GM 내에서 한국지엠이 재평가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올해 임금협상을 놓고 갈등 중인 한국지엠(GM) 노사 상황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가 남긴 말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이 한국지엠 노조의 투쟁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도 있으나 노조가 파업을 거두고 노사가 힘을 합친다면 한국지엠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기본급 인상 등을 골자로 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연휴 종료 이후 진행될 교섭 일정 논의 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추석을 포함, 이날까지 이어지는 연휴 동안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진행하지 않는다. 2002년 GM에 인수된 후 사상 첫 전면파업과 추석 연휴가 겹친 탓이다. 연휴 기간 조합원들의 특근도 거부했다. 노조는 연휴가 종료되는 17일 이후에도 쟁의행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라 추가 파업 등의 가능성도 남아있다.

더욱이 GM 본사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한국지엠 노조가 투쟁 수위를 높여갈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사측은 그룹 내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노조의 입장변화를 요청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불고 있는 위기감을 노조가 빨리 직시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골칫거리’였던 한국지엠이 되레 분위기 반전에 나설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로, 서둘러 위기를 봉합한다면 향후 신차 배정 및 물량 배정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과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인천 부평2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망 계획,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에 대한 확약 등도 사측에 요청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최근 5년간 누적 적자가 4조원을 넘어섰고, 경영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급 인상은 어렵다고 못박았다. ‘예년과 달리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들어줄 여지가 전혀 없다’고 밝힐 정도로 한국지엠이 처한 상황은 절박하다.

더욱이 지난달 부분파업과 이번 전면파업으로 총 1만여대의 생산 차질까지 빚어진 것으로 회사는 추산하고 있다.

판매 실적 회복이 더딘 가운데 불리한 요인마저 등장했다. GM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이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내 GM 공장에서 근무하는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노동자 4만8000명은 15일(현지시간) 오후 11시59분을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임금·의료보험·고용안정·수익 배분 등의 문제에서 GM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GM 노조는 GM이 북미지역에서 수년간 흑자를 기록해왔다는 점을 이유로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에 있는 조립공장 폐쇄 중단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GM 측은 공장 폐쇄는 시장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며, UAW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비조합원들에 비해 높다고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GM은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데 한국지엠은 회생 계획에서 점차 어긋나는 모양새다.

실제 한국지엠 노조는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생산물량 일부를 다른 국가에 넘길 수도 있다는 GM 고위 임원의 발언에도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그룹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노조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미국 노동자들의 파업을 근거로 부분 파업 및 특근 거부 등으로 투쟁 수위를 높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국내 자동차 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의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 글로벌 위기 등을 고려해 사측과 협상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노동자들의 파업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은 GM 본사에 차별화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할 때”라며 “파업을 철회하고 사측과 합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향후 신차 및 물량 배정 등에 있어 본사에 유리한 점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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