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폭격에 정유사 우려 가득…“최악의 악몽될 것”

뉴스1

입력 2019-09-17 07:06 수정 2019-09-1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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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2019.9.16/뉴스1 © News1
이란 배후로 추정되는 예멘 반군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설비가 공격을 받으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걱정이 가득하다. 당장 국제유가는 급등하는 반면 수요 감소로 인한 정제마진 하락이 예상돼 실적 침체가 우려된다. 앞으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도 첩첩산중이다.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아브카이크(Abqaiq)와 쿠라이스(Khurais) 지역의 원유 설비 가동이 멈추면서, 사우디 국내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일일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이 중단됐다. 이는 전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보다 생산량 손실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생산 차질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지난 16일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한때 11.73달러 오른 배럴당 71.95달러를 기록해 19.5%까지 올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 브렌트유와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10% 넘게 치솟았다.

사우디는 이른 시일 내에 정상적으로 생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생산차질 규모가 워낙 커 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외신에 따르면 오닉스 원자재의 최고경영자(CEO) 그레그 뉴먼은 “이번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으면 배럴당 100달러 선으로 되돌아갈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 도입 비중이 높은 두바이유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 News1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은 전략비축유를 방출해 생산 차질을 상쇄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비축유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히며 “시장에 잘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금까지 비축유를 방출한 건 이라크 전쟁(1991년)과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년), 리비아 내전(2011년) 등 세 차례뿐이다.

국내 정유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정유사 수익의 핵심인 정제마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원유 소비 증가 같은 정상적인 유가 상승과 달리, 이번 같은 정세 불안에 의한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정제마진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럴당 4~5달러는 돼야 수익이 나는 정제마진은 반짝 상승한 7월을 제외하고 올해 대부분 1~3달러대에 그쳤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폭등하면 제품 가격도 따라서 올라가야 하는데, 최근처럼 글로벌 경기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수요가 회복되지 않기에 정제마진은 더욱 떨어지는 상황에서 석유 수급까지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최악의 악몽”이라고 우려했다.

화학업계도 제품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급등했기에 제품 가격의 상승과 이에 따른 수요 감소를 동시에 견뎌야 한다. 정유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름값 인상이 불가피하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내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의 28.3%가 사우디산이었다. 그만큼 소비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은 더욱 문제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배후가 이란으로 지목되는 이번 공격으로 미국의 이란 전략이 정반대로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범인이 누구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장전이 완료됐다”고 경고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란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사태가 빨리 마무리된다면 수요 감소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 뿐더러 높은 가격에 사들인 원유의 재고 평가 이익도 얻을 수 있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날 국내 정유주(株)들은 대거 상승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완화 여부가 올해 정유업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며 ”다만 아직은 희망적인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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