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공격에 사우디 원유 생산 차질, 국제유가 급등…‘오일쇼크’ 우려

세종=송충현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입력 2019-09-16 18:10 수정 2019-09-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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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이 예맨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되며 국제유가가 치솟자 1970년대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줬던 ‘오일쇼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수입의 약 30%를 사우디에서 들여오는 한국도 수급 악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검토하는 등 공급 대책에 나서며 당장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줄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의 성장률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사우디 석유시설 파괴와 관련해 트위터에 “필요하다면 시장의 공급을 잘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의 원유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전략비축유 카드를 꺼낸 것은 사우디 석유시설 복구가 지연되고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이어져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16일까지 유실된 원유 생산량의 3분의 1 가량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정확한 복구 시점은 미정이다.

미국은 1차 오일쇼크 이후 유가 공급 충격에 대비해 원유를 비축해 왔으며 비축량은 약 6억4500만 배럴 규모로 추산된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사례는 1991년 이라크전 개전 직후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2011년 6월 아랍의 봄 사태 등 3번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유가 급등이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원유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BCA리서치의 밥 라이언 수석 원자재 및 에너지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최대 규모의 공급 충격이 발생했고 세계는 미국 전략비축유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공급 부족이 며칠이 아닌 몇 주간 이어질 경우 시장은 매우 경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이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제조업의 원가 경쟁력을 끌어내리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셰일혁명 이후 독자적인 산유국 지위를 유지해 중동발 원유 리스크에서 한 발 물러서 있지만 사우디 생산 원유의 절반가량을 수입하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수급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이번 중동 사태의 추이와 원유 수급 동향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날 정부와 가진 긴급회의에서 사우디와 최대 20년의 장기계약 형태로 원유를 공급받고 있어 단기적으로 원유 물량과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계약이 공급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며 유가가 치솟을 경우에 대비해 공급 안정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내 수급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약 2억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풀 계획이다. 이번 드론 공격으로 수입에 차질이 생긴 원유 규모는 약 40만 배럴로 이론적으로는 약 500일간 공급 가능한 물량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 사회와 협력을 강화해 수급 안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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