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잊어버려 실패” 시총 549조 기업서 물러난 마윈의 차세대 리더 양성 방식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입력 2019-09-10 16:19 수정 2019-09-10 16:37
마 회장은 이날 오후 알리바바그룹 본사가 있는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대형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리바바창립 20주년 및 자신의 은퇴 기념식에서 장융(張勇·47) 현 최고경영자에게 회장직을 넘겨줬다. 이날 스타디움에는 수만 명의 알리바바 직원이 몰렸다. 이날은 마 회장의 55세 생일이자 중국의 스승의 날이었다. 그는 영어교사 출신이다. 홍콩 명(明)보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후 3시 40분(현지 시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한나절을 일하지 않은 셈이라 회사 근무관리 규정에 따라 마 회장이 이달 개근상을 받지 못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특별 대우를 바라지 않는 마 회장의 풍모를 보여준다.
알리바바그룹에 따르면 마 회장은 9일 17명의 동료와 함께 자본금 50만 위안(약8400만 원)으로 20년 전 알리바바그룹을 창업했던 작은 아파트를 찾았다. 그는 “많은 사람과 기업들이 매출을 원하고 이익을 원하면서 꿈을 잊어버려 실패했다. 나는 알리바바가 꿈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의 모든 결정은 돈이 아닌 가치에 따라 이뤄진다”고 말한 바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이 아파트를 팔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베이스캠프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자에 대한 숭배 경향이 강하고 대를 이어 경영하는 중국 기업 풍토에서 55세 나이에 회장직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시가총액 4600억 달러(약549조) 기업의 회장직을 외부 영입 인사에게 넘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마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된 장 CEO는 마 회장이 직접 영입한 회계 전문가다. 알리바바의 직원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10만1958명에 달한다. 그는 지난해 주주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능력과 에너지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회장이나 CEO를 영원히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하기 싫은 잘못이 내가 은퇴한 뒤 회사가 문 닫는 것”이라며 차세대 리더 양성을 강조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차세대 리더를 키우면서 미래를 준비해온 마 회장과 알리비바 특유의 정신이 주목받고 있다. 알리바바 소유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마윈이 떠나는 것은 알리바바가 젊은 세대 리더들의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 회장의 친구이자 ‘알리바바 : 마윈의 지은 집’의 저자인 던컨 클라크는 “전문적 경영 자격, 기술 금융 기술이 없었던 마 회장이 장 CEO와 같은 재능 있는 전문가를 찾았다”고 말했다. 마 회장은 2013년 이미 알리바바그룹 CEO를 자리를 내놓았고 2015년 장융이 CEO가 됐다.
마윈이 알리바바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던 만큼 마윈 없는 알리바바 시대가 열리면서 도전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 CEO는 10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알리바바의 사업 분야를 금융, 의료, 영화, 음악 등으로 확장시킬 수십개 가지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마 회장은 앞으로 교육과 자선사업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가 정신은 멈추지 않는다”며 “회장에서 물러나는 게 은퇴를 뜻하는 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2020년까지 알리바바그룹의 이사회 이사로 있으면서 6% 지분을 갖고 있는 마 회장이 앞으로도 한동안 알리바바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 전 CK허치슨홀딩스 회장(91)은 홍콩 정부가 젊은 시위대를 인도적으로 대하고 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8일 홍콩의 한 사찰에서 열린 법회에서 홍콩 시위에 대해 “홍콩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충격을 받았다”며 “집정자(정부)가 미래의 주인(젊은이)에게 출구를 제공해야 한다. 법률과 인정(人情)이 충돌하더라도 정치 문제는 양측이 역지사징해야 큰 문제를 작은 일로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시위대들에게도 “대국을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홍콩 정부에 젊은 시위대에 출구를 주라고 요구했다는 시위대의 폭력을 일방적으로 비난해온 다른 홍콩 재벌들과 다르다.
리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홍콩 시위 관련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리 회장이 지난달 “폭력을 중단하라”며 홍콩 신문에 게재한 광고도 중국 정부를 은연중에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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