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 몸집 키우는 싱가포르… 글로벌 제약 생산시설 집중

싱가포르=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19-09-11 03:00 수정 2019-09-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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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학협업-R&D 적극 지원
‘투아스 바이오메디컬파크’ 산단에 단일사용시스템 갖춘 ‘암젠’ 등
글로벌 제약사 10곳 중 8곳 둥지


싱가포르 투아스 바이오메디컬파크에 입주한 암젠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일회용품을 활용하는 단일사용시스템을 활용해 기구 세척 및 청소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다품종 의약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됐다. 암젠 제공
글로벌 바이오산업 선진국의 공통점은 정부 차원에서 산학(産學) 협업이 가능한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데 있다.

바이오산업 강국인 싱가포르는 바이오 연구개발(R&D) 산업단지 ‘바이오폴리스’와 바이오 제조·생산 산업단지 ‘투아스 바이오메디컬파크’를 만들어 바이오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바이오폴리스에는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과 바이오메디컬연구소(BMRC), 과학기술연구회(SERC) 같은 국가연구소와 노바티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릴리임상약학센터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투아스 바이오메디컬파크에는 세계 굴지의 제약사들이 뛰어난 기술력과 혁신성을 기반으로 한 생산시설이 모여 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에 따르면 투아스 바이오메디컬파크에는 세계 톱10 제약사 중 8곳의 생산시설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 10개 중 4개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암젠과 에브비가 대표적이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말 암젠 생산시설과 릴리임상약학센터(LCCP)를 둘러봤다.


단일사용시스템 선두주자 암젠

바이오 업계는 생산 규모가 작아도 효율성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20년간 바이오의약품 생산 과정에서 일어난 변화 가운데 두드러진 것이 단일사용시스템(single use system)이다. 생산시설에 일회용품을 활용해 바이오약품 생산의 효율성을 높였다.

세계적인 생명공학 제약업체인 암젠은 업계에선 제일 먼저 단일 사용 시스템을 적용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바이오리액터나 컨테이너 등을 주요 생산시설에서 활용하고 있다.

암젠의 단일사용시스템 생산시설 규모는 면적 약 1만1500m²(약 3373평)로 일반적인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의 16%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못지않은 생산성을 갖췄다. 비슷한 규모의 일반 생산시설이었다면 의약품 한 종류만 생산했겠지만 단일사용시스템 생산시설은 현재 암젠에서 개발하는 각종 의약품의 전 세계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토드 왈드론 암젠 생물의약품 생산담당자는 “생산시설 한 곳에서 한 가지 약품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의약품을 짧은 시간에 생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환경보호는 물론 비용 절감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단일사용시스템 생산시설은 기존 생산시설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69% 감소시켰고 공업용수 사용량은 45% 줄였다. 또 기존 시설이 차지하던 제조·생산면적을 줄여 시설 조성에 들어가는 자본 역시 25% 절감했고 시설운영비는 3분의 1로 감축시켰다.

왈드론 생산담당자는 “설비 세척과 공업용수 사용량, 배출 오수와 폐기물 양 등을 고려했을 때 일회용 컨테이너를 사용하면 고정형 설비를 사용할 때보다 환경오염 요소를 많이 줄일 수 있다”며 “아울러 일회용품을 쓰는 덕분에 설비 세척 및 청소에 필요한 기자재와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상 위주의 임상약학센터

릴리임상약학센터는 R&D 중심의 세계적인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이 회사 유일의 임상(臨床) 1상(相) 센터다. 1997년 싱가포르 정부 초청으로 싱가포르국립대에 설립했다가 지난해 바이오폴리스로 확장 이전했다. LCCP는 임상 1상 연구를 필두로 각종 질환에 대한 치료 수요을 충족하지 못하는 신약 개발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임상 1상 연구 20건을 포함해 모두 169건을 수행했다. 임상시험 단계는 1상, 2상, 3상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1상에서는 지원자 수십 명, 2상에서는 수백 명, 3상에서는 수천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이곳에는 침상 49개에서 주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과정을 알아보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로난 켈리 릴리LCCP 연구소장은 “LCCP에서 벌이는 임상 1상의 결과에 따라 약물 개발을 중단하기도 한다”면서 “적절하지 않은 약물이라고 판단되거나 이후 단계의 임상 수행에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임상 1상 센터는 후속 과정을 중단할 것을 권고해 임상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신약 개발 과정 가운데 용법을 1일 1회 투약으로 설정하려고 했으나 임상 1상 결과 약물지속시간이 2시간밖에 되지 않았다면 이 같은 투약 용법 개발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개발을 그만할 것을 권유한다.

켈리 소장은 “싱가포르 정부는 글로벌 바이오 제약회사 유치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도입하거나 아시아 지역본사를 싱가포르에 두는 바이오·제약업체에 전폭적으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며 “싱가포르국부투자펀드를 통해 소규모 바이오기업에 직접 지분 투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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