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게 풀어내 더 먹먹한 ‘엄마 이야기’

김기윤 기자

입력 2019-09-10 03:00 수정 2019-09-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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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해 엄마’
홀로 아들 키운 엄마의 암선고… 배우들 절제된 감정연기 ‘울컥’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뻔한 신파를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끝내 터지지 않는 담담한 사모곡(思母曲)이다. 연극 ‘사랑해 엄마’는 직관적 제목처럼,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는 무대 인트로 음악처럼 헌신적 모성애를 그린 작품이다. 생선을 팔며 홀로 아들 ‘철동’(이준헌, 류필립)을 길러낸 ‘엄마’(조혜련, 정애연)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내용이다. 예상 가능한 전개로 참신함은 부족하다. 다만,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따금씩 영정 사진 밖으로 나와 상상 속에서 가족과 일상을 보내는 설정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뻔한 전개에 힘을 싣는 건 절제된 연기다. 비슷한 주제의 타 작품과 달리 배우들은 감정을 억누르며 철저하게 일상을 연기한다. “아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는 엄마의 외마디 절규 외에 극은 오히려 평온하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그 흔한 오열 장면도 없다. 암 선고 후 어머니와 아들이 등을 돌리고 눈물을 훔치거나 웃으며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 눈물샘을 더 세게 자극한다.

조혜련은 “과거 코미디 ‘울엄마’처럼 모성애에 깊게 빠지게 한 작품이다. 억척스러운 엄마로서 힘들어도 겉으로는 웃는 감정에 집중했다”고 했다. 이준헌은 “무뚝뚝하고 표현이 서툰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참고 참아도 삐져나오는 일상 속 슬픔을 끌어냈다”고 했다.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4만4000∼5만5000원. 8세 관람가. ★★★(★ 5개 만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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