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조항서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안정분석팀 과장

입력 2019-09-10 03:00 수정 2019-09-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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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Q: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10여 년이 지난 요즘도 뉴스에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 불안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유명 금융회사들이 문을 닫고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금융이 안정적으로 작동할까요?


A: 금융은 혈맥에 비유되곤 합니다. 금융은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행위를 통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여유자금을 저축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주고, 집을 사거나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일상에서는 친구에게 돈을 송금하고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이용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결제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금융이 불안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금융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다양한 금융회사들과 이들을 연결해주는 금융시장, 그리고 지급결제망 등이 합쳐져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합니다. 금융이 불안해졌다는 것은 이 중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의미합니다. 금융시스템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짧은 시간 동안 다른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A은행이 부실해지거나, 혹은 부실해질 것이란 소문이라도 퍼지면 사람들은 서로 먼저 예금을 빼내기 위해 A은행에 몰려듭니다. A은행이 돈이 모자라 인출해 주지 못하면 부도가 나죠. A은행이 부도나면 이와 연결돼 있는 B은행, C은행 등도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금융이 안정적으로 작동할까요? 우선 은행 같은 개별 금융회사의 체력이 튼튼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같이 금융을 둘러싼 환경은 태풍이 불거나 소나기가 내리는 여름 날씨처럼 변화무쌍합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금융시스템이 멈추지 않고 작동하려면 금융회사들과 금융시장이 어려움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각국 중앙은행 또는 금융감독기구는 금융회사가 양호한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금융시스템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공통적인 문제는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개별 금융회사가 건전하면 금융안정이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개별 금융기관이 건전하더라도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면 금융안정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전 세계 금융시장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외국에서 발생한 금융 불안이 한국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이에 각국은 전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높이는 정책수단을 도입하는 한편으로 다른 국가의 금융 불안이 자국으로 번지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과거 사례를 보면 금융위기 때마다 독점적인 화폐발행권한(발권력)을 갖고 있는 중앙은행은 대규모 자금 공급 등을 통해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소방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드러났듯이 금융불안이 발생하면 금융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경제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에 금융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각국은 금융안정을 지키기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화해 왔습니다. 한국도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해 2011년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추가함으로써 한국은행이 금융안정 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빅 쇼트(Big Short)’는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유명한 격언으로 시작합니다. 모두가 위기가 아니라고 확신할 때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으니 항상 경계감을 늦추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이에 한은은 금융안정을 위해 금융시스템에 대한 상시적 모니터링과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평가,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시스템의 다양하고 복잡한 움직임 속에서 소음(noise)을 걸러내고 정확한 신호(signal)를 포착하여 미리 위기를 경고하는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항서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안정분석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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