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연속 불명예’…수억원 부당보수 챙긴 사장 물러난다

뉴스1

입력 2019-09-09 14:31 수정 2019-09-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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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자동차의 사이카와 히로토(西川?人·65)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체포 이후 사내 조사에 직면한 데다 실적은 부진한데도 수억원의 보수를 부당하게 받은 사실마저 드러나면서 더 이상 연임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사이카와 CEO는 이날 닛산 간부 몇 명에게 퇴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퇴임 시기나 후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사이카와 CEO는 이튿날인 9일 거취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 세대에 최대한 빨리 바통 터치를 하고 싶다”며 사임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확실히 준비해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이카와 CEO는 지난 2017년 4월 곤 체제에서 사장 겸 CEO에 올랐다. 그러다 지난해 곤 당시 회장이 체포돼 닛산이 곤을 회장직에서 해임한 후에는 닛산을 사실상 이끌어왔다.

닛케이는 “사이카와 CEO는 곤 회장이 유가증권보고서를 허위 기재한 사실이나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을 강하게 비판해왔으나 2005년부터 닛산의 이사를 맡아온 그가 곤 체제를 떠받친 한 사람으로서 자신 역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회사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도 사이카와 CEO는 이사 선임안에서 찬성률 78%를 얻어 11명의 후보자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 당시 일본생명 등 일부 대주주가 사이카와 CEO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이카와 CEO는 이날 부정한 보수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선 “나는 규칙 위반을 하라고 지시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닛산차는 주가와 연동해 임원의 보수를 결정하는 제도를 시행 중인데 닛산차는 사내 조사 결과 사이카와 CEO가 보수를 받는 권리의 행사일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수천만엔(수억원)의 보수를 더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7월부터 사장 후임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을 시작한 닛산 지명위원회는 9일 이사회에서 신임 사장 후보자 명단 및 후임 선출 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사이카와 CEO 보수 문제를 포함해 내부 조사 보고서를 공개, 회사로서의 대응 방침도 결정한다.

닛산은 현재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지난해 곤 전 회장이 체포된 후 연이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회사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데다 글로벌 판매량 부진에 한국 내 일본제품 불매운동 악재까지 더해진 탓이다.

지난 7월 발표한 4~6월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98.5% 급락했고, 순이익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약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닛산은 2022년까지 전 세계 인력 중 10%에 해당하는 1만 25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2014년 한국닛산 법인 설립 이래 15년 만에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해고를 하려면 우선 수장의 경영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사이카와 CEO가 이 시점에 사임을 결정한 이유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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