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모 심고, 농약 살포까지…첨단시스템이 알아서 ‘척척’

최혜령기자 , 김준일기자 , 송충현기자

입력 2019-08-30 17:09 수정 2019-08-3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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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 A-Farm Show 창농·귀농 박람회’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하며 부스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겉으로 보기에는 흔히 보는 이앙기 같은데 사람의 조종 없이 혼자 정확하게 모를 심어준다니 신기해요.”

전시장 가운데에 자리잡은 이앙기를 구경하던 10여 명의 관람객들은 놀란 표정으로 이앙기를 들여다봤다. SK텔레콤과 대동공업이 함께 만든 이 이앙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동통신기술을 활용해 상용화된 자율주행 농기계다.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정교하게 모를 심을 수 있다는 설명에 관람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드론 5G 기술 이용한 농업의 미래 체험

3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2019 A FARM SHOW-창농·귀농 박람회’는 혁신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농업의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자율주행 이앙기는 인공위성 신호와 이동통신 전용 통신망에서 얻은 위치정보를 이용해 정밀한 모심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에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던 실시간위치측정(RTK)기술을 활용했다. 논바닥은 일반 도로와 달리 바닥이 고르지 않고 고인 물 때문에 시야도 확보되지 않아 경로가 틀어지거나 빈틈이 생길 우려가 많다. 하지만 RTK 기술을 이용하면 자동으로 열을 맞춰 모를 심을 수 있고 오차 범위를 2㎝ 내외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농업 방제용 드론도 눈길을 끌었다. 드론 제조업체인 ‘순돌이드론’은 자동살포 비행제어시스템을 탑재해 9920㎡(약 3000평) 면적을 10분 안에 방제할 수 있는 드론을 선보였다. 내연기관을 동력으로 2시간 연속 작업할 수 있어 약 6만6116㎡(약 2만 평) 논밭을 한 번에 방제할 수 있는 드론도 소개됐다.

첨단농업기술을 둘러본 관람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활용방안을 고민했다. 40대가 되기 전 귀농하는 것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중이라는 이창민 씨(35)는 “농업은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편견이 많은데 드론과 5G 기술을 농사에 적용하는 것을 보니 한층 자신감이 생겼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경재배시스템과 한국형 스마트팜도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지팜’이 선보인 수경재배용 스마트팜 시설과 푸드컴퓨터 ‘그로우봇’은 실시간으로 기온·습도 등 데이터와 작물 사진을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는 기술을 갖췄다. 이지팜은 이 데이터와 이미지로 생육상태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농촌진흥청이 선보인 ‘한국형 스마트 온실’ 부스에서는 보온커튼과 보광등이 갖춰진 유리온실을 직접 보고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풍수해와 병충해 등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시스템도 선보였다. 기후변화에 자동으로 대처해 온실 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은 특히 창농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서 주목받았다.


● 일대일 창업컨설팅에 눈길

전국 89개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부스에서는 전문상담사들이 지역별로 맞춤 귀농귀촌 상담을 진행했다. 실제 농장을 빌려주고 원하는 작물을 직접 생산, 수확해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경기도의 공공실습농장 ‘창농팜’에는 30~40대 예비 농업인들이 몰렸다. 지난해부터 농업교육을 받으면서 창농을 준비중인 이영선 씨(39)는 “농업인 선배와 일대일 매칭을 해주고 창업 컨설팅을 해주는 점이 끌렸다”고 말했다.

은퇴 후 귀농을 준비하는 50~60대의 발길도 이어졌다. 올해로 2년째 A FARM SHOW를 찾았다는 박인형 씨(64)는 “작물 재배법이나 판로 확보방법 등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이 와 닿았다”면서 “참여 지자체도 많아지고 볼거리도 더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또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이용범 국립농업과학원장, 허태웅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임영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 이종옥 한국농어촌공사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참신한 아이디어가 가득…농업벤처 일군 젊은 사장님들 만나보니▼

‘2019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박람회’에는 농업벤처를 일군 젊은 ‘사장님’들도 대거 참석했다. 2전시장에 마련된 청년 농업벤처 부스에는 블렌딩 소금, 반려동물 맞춤형 음식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청년 창업인들의 상품을 보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다.

30일 청년 농업벤처 부스에서 만난 박지영 요리노리 대표(30)는 소금에 갖가지 맛을 더한 블렌딩 소금을 판매하고 있었다. 보통의 소금에 와인 토마토 시트러스(감귤류) 와사비 맛을 입혀 색다른 소금을 만들어냈다. 사업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채 안 됐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하루 약 40건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박 대표는 “요리사로 일하다 새로운 맛의 식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택했다”며 “토마토와 귤 등을 말려 가루를 낸 뒤 이를 소금과 섞는 작업을 거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버터 등 다른 식재료도 새로운 맛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연구 중이다.

최상호 올핀 대표(41)는 3년째 반려동물 맞춤형 음식 컨설팅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컨설팅 업체에 다녔던 그는 반려동물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를 본 뒤 ‘전공’을 살려보기로 했다.

최 대표는 “털과 분변을 이용해 반려동물 하나하나의 건강상태를 분석한 뒤 필요한 영양분을 추려 맞춤형 음식을 만들어 제공한다”며 “필요한 재료가 국내에 없으면 해외에서 직접 공수해 음식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서초구에 있는 올핀 연구소의 정기 고객 수는 130명에 이른다.

김한별 대표(26)는 서울시로부터 청년창업비를 지원 받아 화훼트럭 사장님이 됐다. 화훼트럭은 푸드트럭처럼 각종 행사장을 다니며 꽃과 식물을 판매하는 이동형 꽃가게다. 지난해 12월 문을 열어 현재 매출은 월 1000만 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온라인을 이용해 꽃 택배 일을 하다가 오프라인 매장에도 도전하고 싶어 화훼트럭을 운영 중”이라며 “밤도깨비 야시장이나 식물원 등을 다니며 직접 손님과 만나 꽃을 파니 온라인 판매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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