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요, 미래로!” 상생경영 가속도 낸다

황태호 기자

입력 2019-08-30 03:00 수정 2019-08-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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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현지 시간) 미국 재계는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미국 대표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88명이 속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회사는 주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주주 우선 원칙을 삭제한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성명’를 발표하면서다. 1997년 같은 성명에서 발표한 “경영진과 이사진의 주요한 책무 대상은 주주”라는 원칙을 22년 만에 바꾼 것이다.

애플의 팀 쿡,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제너럴모터스의 메리 배라 등 미국을 대표하는 CEO 181명이 서명한 새 성명은 이렇게 말한다.

“각 기업은 자신들의 목적에 진력하면서도 우리는 이해당사자 모두를 위한 근본적인 책무를 공유한다. 우리는 미래 우리 기업의 성공과 커뮤니티, 국가를 위해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가치를 이전할 것을 약속한다.” 기업의 목적에는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고, 직원에 대한 투자, 협력사와의 공평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 사회 지원 등이 새로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주주 자본주의의 종언’이라는 해석까지 나오지만, 그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상생경영으로의 전환으로 보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상생경영이 재계의 화두가 된 지는 오래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소비자는 물론이고 협력사, 지역사회 등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래 사회를 위한 사회공헌 투자,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참신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리는 대기업도 많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함께 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이라는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을 발표했다. 테마는 청소년 교육이다. 청소년 개개인의 고유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미래 건강한 사회인으로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돕겠다는 목표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부회장)는 “우리의 인재 육성의 경험을 살려 미래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데 힘쓰는 한편, 우리가 쌓아온 기술과 혁신의 노하우를 나눠 많은 사람들에게 불가능해 보였던 기회를 제공하자”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펼치는 활동에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 △삼성 스마트스쿨 △드림클래스 등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부품 산업의 발전이 곧 자동차 산업 및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의미를 담아 실질적인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08년부터 매년 이뤄지는 협력사와 그룹 차원의 공정거래 협약을 비롯해 △2012년부터 협력사 대상 채용박람회 개최 △설·추석 등 명절 때마다 협력사 대금 조기 지급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소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자금 지원과 친환경차·미래차 부품 육성 지원, 1∼3차사 상생 생태계 강화 등에 총 1조6728억 원을 지원하는 상생협력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의 2018년 평균 매출액은 2772억 원(추정)으로 2001년부터 연평균 8.1%의 지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SK그룹은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사회 및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철학 아래 주요 계열사 정관에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경영목표를 정식으로 반영하고 있다. 협력사와의 상생경영을 바라보는 관점도 이러한 경영철학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협력사는 SK와 행복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동반자이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2005년 ‘행복동반자 경영’ 선언부터 2006년 ‘동반성장 아카데미’ 시행, 2009년 ‘동반성장펀드’ 발족 등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상생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2013년에는 동반성장 분야를 특화한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LG그룹은 협력회사의 지속성장이 LG의 경쟁력이라는 철학으로 선순환의 상생 파트너십을 구축해가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오늘의 LG는, 23만 명 구성원들의 열정과 헌신, 수많은 파트너사들의 신뢰와 협력, 그리고 무엇보다 LG를 응원해주신 고객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라며 신뢰와 협력의 중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LG그룹은 함께 성장해가는 상생 환경 조성을 위해 협력사가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장 자동화 및 정보화를 지원한다. 또 서울 강서구 마곡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 ‘LG사이언스파크’에 중소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을 위한 ‘개방형 연구공간’과 글로벌 기업,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공간인 ‘조인트랩(Joint Lab)’도 갖추는 등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파트너사들의 자금 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납품대금 7400억 원을 조기 지급하기로 하는 등 협력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생경영을 실행하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납품대금 조기 지급에는 올해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등 36개사가 참여하며, 약 1만3000개의 중소 파트너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16년에 설립된 롯데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스타트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을 이어가면서 창업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나아가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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