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정부, 사상 첫 ‘슈퍼예산’…미중 무역분쟁·日규제 돌파구 될까?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19-08-29 09:04 수정 2019-08-29 09:1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510조 원대의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어려워진 경제에 정부가 재정 마중물을 대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다만 증액되는 예산의 약 절반가량이 복지 예산이고 공무원 보수인상률이 2017년 이후 최대를 나타내는 등 ‘경제활력’과 거리가 먼 예산이 대거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예산보다 43조9000억 원(9.3%) 늘어난 513조5000억 원의 2020년 예산안을 편성해 다음 달 3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확장 재정을 펼쳤던 2009년(10.6%) 이후 예산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올해(9.5%)에 이어 2년 연속 9%대 인상률이다.
예산의 구성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혁신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장 많이 늘어나는 예산은 보건·복지·노동 분야로 올해(161조 원)보다 20조6000억 원 늘어 총 181조6000억이 편성됐다. 전체 예산에서 복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5.4%로 역대 최대다. 핵심소재부품장비 예산을 2조1000억 원 배정하는 등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도 예산안에 담겼다. 데이터 네트워크 시스템반도체 등에 4조7000억 원을 배정해 혁신성장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확장적 재정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60조2000억 원으로 올해(33조8000억 원)보다 78.1% 늘어난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7.0%에서 49.3%로 증가한다. 내년 법인세가 올해보다 18.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수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적자국채를 통해 부족한 세입예산을 채우는 것이다.
정부는 일시적인 재정적자 확대를 감내해서라도 ‘적극재정-경제성장-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0년 예산안도 감내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확장적 기조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올해 ―1.9%에서 내년에 ―3.6%로 악화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1%에서 39.8%로 상승.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3년 관리재정수지비율은 ―3.9%, 국가채무비율은 46.4%로 올라간다.
다만 이 같은 확장적 재정 기조에서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경제성장’과 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예산 항목들도 포함돼 있어 재정 분배의 선택과 집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쌀 직불금 예산은 1조4000억 원에서 2조2000억 원으로 8000억 원 확대된다. 이 경우 농가의 약 96%의 소득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쌀 생산이 과잉인 상황에서 직불금 규모를 늘리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2017년 이후 최대인 2.8%로 책정됐다. 늘어나는 예산은 1조9000억 원이다. 이는 내년에 늘어나는 환경 분야 예산인 1조4000억 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 예산안이 경제강국 구현의 발판이 되고 국민의 생활, 삶, 복지, 안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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